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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계산원들 이렇게 앉아 일하는 게 정상적인 겁니다.”

독일에 사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독일 마트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이런 트윗을 올렸다. 사진 속 독일 마트 계산원들은 북적거리는 손님들 속에서 모두 앉아서 일하고 있었다. 이 트윗은 이런 경험에서 나왔다고 했다. “마트 계산원에게 의자 있는데 왜 앉아 일하지 않냐고 물었다. ‘앉아 있음 건방지다고 하는 손님들이 계셔서….’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계산원이 슬쩍 물었다. ‘정말 외국에선 계산대에서 앉아서들 일해요?’ 이렇게 답했다. ‘그럼요. 서서 일하게 되면 노동법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모두 앉아서 계산해요. 그게 당연한 거고요. 손님들 눈치 보지 말고 권리를 찾으세요.’”

이 트윗은 5000회 넘게 리트윗됐다. 비슷한 경험에서 오는 공감과 분노도 이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법원에서 공익 근무할 때 공익이 어디서 건방지게 앉아 있냐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마트 입구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인사시키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미 2008년 1월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마트 계산원, 백화점 판매원들은 “회사에서 서비스를 워낙 중시하니까 앉는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후 노동부는 백화점·할인마트 등에 의자를 비치하도록 행정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대형마트에 의자가 생기는 등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뒤 다시 점검해보니 의자가 없는 곳이 많을뿐더러, 있어도 앉을 수가 없다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앉을 수 없는 세상’은 여전하다. 사업주의 몰지각만 탓할 일일까. 지난해 경향신문 노동절 기획보도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 상당수가 계산원이 앉아서 계산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보고 “예의 없어 보인다” “건방져 보인다”는 반응을 내놨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노동이라고 하면 ‘힘든 일’ ‘노예’가 먼저 떠오른다는 아이들의 인식은 누가 만든 것일까.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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