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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정부의 위안부 관련 이슈에 대한 태도나 정책 방향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11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민간단체에 위탁하려다 위안부 합의 이후 백지화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설명자료를 냈다. “백지화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등재는 민간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일”이라는, ‘매우 신중한’ 입장 표명이었다.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을 민간단체에서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4월 결성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가 맡아 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국제협력 등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맡아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문제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이 사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변했다는 데 있다. 여가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등재 사업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업무보고에도 등재 사업 관련 항목이 명시돼 있으며, 김희정 여가부 장관은 위안부 기록물을 세계유산에 올려야 한다고 연설까지 했다. 하지만 여가부는 위안부 합의 후 태도가 180도 달라져 “민간의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날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강은희 여가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민간에서 할 일”이라고 반복해 답변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 관계자는 “한·일 합의 후 기록유산 등재 등 위안부 이슈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극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위안부 합의가 정부의 위안부 정책 방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여가부는 피해자 생활안정자금 지원, 위안부 교육용 교재 배포 등을 맡아 하는 주무부처다. 합의와 무관하게 위안부 백서 발간도 추진 중이다.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는 이런 과제들이 위안부 합의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위안부 관련 답변에 대해 “여가부 장관이 아니라, 외교부 대변인 같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터다.


정책사회부 | 남지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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