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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 새해를 맞아 떡국을 채 먹기도 전인 이른 아침, 스마트폰으로 긴급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거주 지역의 자치구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구립시설이 잠정 휴관에 돌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집앞 체육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 황당했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지역 언론에서 ‘초유의 준예산 사태’ 어쩌구저쩌구했던 이 작은 소동은 4일 오후 구 예산안이 의결되면서 일단락됐다. 자치구 예산안 때문에 잠시나마 마음써보긴 처음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 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때문에 요즘 연일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누리과정에 사용할) 교부금을 줬네, 안 줬네’ ‘누리과정 예산안을 편성하네, 마네’와 같은 레퍼토리는 2012년 무상보육 실시 후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다. 그리고 어물쩍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척, 국민을 위하는 척하며 적당히 타협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총선 때문인지 양측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누리과정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감에 대해 감사 청구 및 검찰 고발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반대쪽도 물러서질 않고 있다. 시작은 이명박 정부가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이기도 한 무상보육(실제론 무상보육이라고 부르기도 뭐하지만)이 이번에 ‘진짜로’ 어그러지면 당장 이달 말부터 아이의 원비는 22만원 증액된다. 지난 1년간 받은 혜택이 260만원가량됐는데 이걸 갑자기 내야 한다면 많이 억울할 것 같다.
어떤 이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층까지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을 비난하며 세금은 보다 어려운 사람, 힘든 계층에게 몰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마냥 틀린 말은 아니다. 경험상 정치적 색깔과 무관하게 무상보육에 반대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다. 정부 지원을 ‘자발적으로’ 거부하고 값비싼 시설에 보내는 상위 1% 부자이거나 아니면 수혜 대상이 아닌 자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애초부터 받을 생각이 없고, 또 해당자가 없어 받지 못하니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그렇다면 여유있는 계층마저 왜 무상보육에 적극 반대하지 않을까. 최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표한 ‘계층에 대한 자가인식’ 조사 결과가 의미심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 가운데 본인을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10명 중 2명뿐이고, 나머지 8명은 빈곤층이라고 여겼다. 고소득층의 생각 역시 비슷해 절반은 빈곤층(49.1%), 절반은 중산층(47.0%)이라고 생각했다. 고소득층 100명 중 자신을 고소득층이라고 여긴 이는 불과 3.9명이었다.
계층의 하향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인데 이는 지금 벌이가 잠깐 괜찮더라도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원인으로 보인다. 불안감의 배경엔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로 대변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 즉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이 조사에서 고소득층 10명 중 2명은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양극화에 대한 정책적 처방 없이는 평범한 국민이라면 지금 먹고살 만하더라도 무상복지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흔히 무상복지의 예상되는 결말을 각종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경제가 몰락한 베네수엘라의 사례에서 찾곤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부모들은 22만원을 지원받아도 한 달에 수십만원을 더 내야 보낼 수 있는 민간 유치원보다는 몇 만원의 육성회비만 내면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받는 국공립 유치원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실 무상보육 정책을 도입한 이명박 정부는 민간 보육시설의 양적 성장을 이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병설 유치원 확충과 같은 질적 성장엔 별 관심이 없었다. 무상보육 논란이 없어지려면 보육부문과 관련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질 좋고 저렴한 공공 시설과 서비스를 확충해 국민 스스로가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올해는 총선 때문인지 양측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누리과정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감에 대해 감사 청구 및 검찰 고발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반대쪽도 물러서질 않고 있다. 시작은 이명박 정부가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이기도 한 무상보육(실제론 무상보육이라고 부르기도 뭐하지만)이 이번에 ‘진짜로’ 어그러지면 당장 이달 말부터 아이의 원비는 22만원 증액된다. 지난 1년간 받은 혜택이 260만원가량됐는데 이걸 갑자기 내야 한다면 많이 억울할 것 같다.
어떤 이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층까지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을 비난하며 세금은 보다 어려운 사람, 힘든 계층에게 몰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마냥 틀린 말은 아니다. 경험상 정치적 색깔과 무관하게 무상보육에 반대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다. 정부 지원을 ‘자발적으로’ 거부하고 값비싼 시설에 보내는 상위 1% 부자이거나 아니면 수혜 대상이 아닌 자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애초부터 받을 생각이 없고, 또 해당자가 없어 받지 못하니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그렇다면 여유있는 계층마저 왜 무상보육에 적극 반대하지 않을까. 최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표한 ‘계층에 대한 자가인식’ 조사 결과가 의미심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 가운데 본인을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10명 중 2명뿐이고, 나머지 8명은 빈곤층이라고 여겼다. 고소득층의 생각 역시 비슷해 절반은 빈곤층(49.1%), 절반은 중산층(47.0%)이라고 생각했다. 고소득층 100명 중 자신을 고소득층이라고 여긴 이는 불과 3.9명이었다.
계층의 하향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인데 이는 지금 벌이가 잠깐 괜찮더라도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원인으로 보인다. 불안감의 배경엔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로 대변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 즉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이 조사에서 고소득층 10명 중 2명은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양극화에 대한 정책적 처방 없이는 평범한 국민이라면 지금 먹고살 만하더라도 무상복지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흔히 무상복지의 예상되는 결말을 각종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경제가 몰락한 베네수엘라의 사례에서 찾곤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부모들은 22만원을 지원받아도 한 달에 수십만원을 더 내야 보낼 수 있는 민간 유치원보다는 몇 만원의 육성회비만 내면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받는 국공립 유치원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실 무상보육 정책을 도입한 이명박 정부는 민간 보육시설의 양적 성장을 이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병설 유치원 확충과 같은 질적 성장엔 별 관심이 없었다. 무상보육 논란이 없어지려면 보육부문과 관련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질 좋고 저렴한 공공 시설과 서비스를 확충해 국민 스스로가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문주영 | 산업부 차장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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