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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현상으로 청년이 정치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속단이었다. 곧바로 청와대발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물론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이번 정부 들어 신설된 청년비서관 자리는 청년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벌써 두 번이나 실패했으니 말이다.

정치인은 본인의 지역 또는 자신의 전문 분야, 특정 세대 구성원들을 대표하여 입법 활동을 하기 위한 직업이다. 그 누군가를 대표하려면 그들과 비슷한 삶, 사고방식, 생활방식을 경험하고 그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취업, 결혼, 육아, 빚, 군 복무 등 아주 보편적인 것을 대비해 보더라도 무엇 하나 과연 청년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경력들만 가득한 전·현직 청년비서관들이 과연 청년들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 또 그들이 과연 지금 청년층의 보편적인 정서와 애환을 대변하는 것일까? 만 2년 만에 무려 세 번째 청년비서관이 임명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청년비서관의 역할은 그저 생색내기 정도에 그치고 청년을 위한 별다른 정책을 내지 못한 채 퇴장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윈스턴 처칠이 남긴 명언 중에 “20세에 보수주의자가 되는 것은 무정한 것이고 60세에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즉 청년 시절에는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진보적 성향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말인데, 이와는 반대로 대한민국 청년들은 도리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불평등한 구조에서 정치효능감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해보지 못한 청년들이 그저 작은 밥그릇이라도 지키려고 보수적인 세대가 되어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기성 정치권이, 그리고 청와대가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미래 전망을 내놓지 못한다면 청년들의 보수화는 점점 더 견고해지고 사회의 활력과 변화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잘 모르는 지역에서 번지수를 잘못 찾았을 때 해야 될 행동은 어떻게든 다시 찾아보려 하는 ‘열정과 패기’ 또는 ‘조급함’이 아니라 한걸음 멈춰서 주변을 살피고, 그 동네 사람들에게 한번 정도는 길을 물어보는 상식적인 것들이 아닐까?

안성민 작가·<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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