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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거짓말과 해소되지 않는 의혹은 불신을 낳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원인을 규명하겠다”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엄벌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외딴섬에 텐트를 치고 8개월 넘게 버티고 있는 것은 참사 2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는 불신 탓이다.

21일 라디오에서 방송된 해양수산부 관계자의 발언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가슴에 또 한 번 멍을 남겼다.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한 홍모 세월호인양추진단 현장감독관은 “유가족들이 현장 접근이 안된다는 (해수부의) 말씀 때문에 산 위에서 망원경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데 유가족이 현장 접근을 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최근에 유가족을 모시고 현장에 가기로 했는데 기상 상황이 악화돼 탑승을 못했다”고 답했다.

마치 해수부가 유가족 현장 방문을 추진할 의사가 있었지만, 기상 상황 탓에 여의치 않았다는 식의 발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해수부 공무원의 세월호 유가족 고발 사주 의혹'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_경향DB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부모들에게는 처음부터 바지선에 오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인양작업이 개시될 때부터 현장 방문을 요구했지만 해수부가 작업에 지장을 미칠 수 있다며 탑승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장에 접근할 수 없는 가족들이 사고 지점 부근 동거차도에 텐트를 치고 망원경으로 인양작업을 주시해온 243일 내내 기상 상황이 나빴던 걸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가족들과 특조위의 승선 요구는 거절됐지만 유기준 전 해수부 장관은 현장 시찰을 목적으로 승선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뒤늦게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그간 탑승이 안됐는데 앞으론 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불리한 질문에 ‘아니다’라고 발뺌하고 ‘착오였다’고 해명하면 그걸로 끝인가.

이래저래 세월호 희생 가족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갈 뿐이다.


조형국 | 경제부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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