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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 앞에 시민들이 추모 헌화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_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지난 16일 오후 7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우비를 입었지만 빗물이 새어들어왔다. 신발과 양말, 바지까지 온통 축축해졌다. 기온도 뚝 떨어져 몸이 덜덜 떨렸다. 우산끼리 부딪쳐 제대로 이동하기도 힘들었다.

그곳에 시민 1만2000여명이 모였다.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KT 건물 로비가 꽉 찼다. 비와 추위를 이기고 한자리에 모인 그들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광화문 분향소 앞에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손팻말을 들고 있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젖은 팻말에는 ‘고맙습니다. 밝혀진 것 없는 세월호 참사에 가슴 아파하는 당신의 마음이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과 오후 경기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기억식과 걷기대회도 시민들의 참여 열기로 뜨거웠다. 정부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의 줄이 하루 종일 끊어지지 않았다. 시민 4000여명은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오갔던 안산 시내길 5㎞를 그대로 따라 걸었다. 그들은 추모 행진에 미수습자 9명을 형상화한 높이 3m의 종이인형 9개를 앞세웠다. 1m 높이의 장대 위에 올라가 허우적거리며 종이인형 곁을 지킨 청년들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그렇지만 그들은 연신 “힘들지 않다” “계속 가야 한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행진 대열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거리로 나와 “벌써 2년이 됐구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빗물과 눈물이 뒤섞인 세월호 참사 2주기. 고통과 추모, 좌절과 분노는 여전했다. 그러나 1주기와 달리 희망과 기대의 분위기도 엿보였다. “2년간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절망 가운데서도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은 강했다. 유족과 시민들은 20대 국회가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 보장과 특검 수사 등을 반드시 관철시켜주길 요구하고 있었다.

전명선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누군가는 잊으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이제는 끝내자고 끊임없이 되뇌고 주입하려고 했지만 국민들은 속지 않았다. 국민들의 위대한 힘을 봤다”며 “많은 당선자로부터 세월호 문제 해결을 약속받았다. 그 약속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여기에 (국회의원) 당선자분들이 많이 오셨다”며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배지를 지키는 열정만큼 (희생자) 304명을 지키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광장에서 만난 한 가족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몇 시간 동안 마땅히 앉지도 못하는 기다림이 계속되자 초등학생 아들이 아버지에게 “집에 가자”고 툴툴거렸다. 아버지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비가 오고 추운데 여기 나왔는지를 생각해보겠니. 우리는 그걸 꼭 기억해야 해. 알았지?” 세월호 진상규명, 이제 다시 시작이다.


사회부 | 이혜리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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