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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원의 안전한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민들의 인식과 환경당국·지자체의 인식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난 13일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과 함께 경북 칠곡군 칠곡보 인근 낙동강에서 확인한 강준치의 복부는 길이 40~50㎝에 달하는 리굴라촌충 2마리로 가득 차다 못해 부풀어 있었다. 30여분 동안 확인한 감염된 강준치 폐사체만 10여마리로, 지난 2월부터 확인된 강준치 폐사체는 1000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4대강 사업으로 ‘녹조라떼’에 이어 부산·경남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새로운 환경재앙이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북 구미시의 낙동강 칠곡보에 지난달 6일 녹조로 인해 짙은 녹색 물감처럼 변한 물이 저장돼 있다._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러나 환경당국과 지자체들은 낙동강 기생충 문제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달 말 “낙동강 강준치 폐사 원인은 리굴라촌충으로 보이며, 이 기생충은 사람에는 감염되지 않는다. 수질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환경부와 대구환경청은 강준치 폐사체를 관찰·수거하는 정도의 후속조치만 실시하고 있다. 칠곡군, 달성군 등 인근 지자체들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3일에도 공무원들을 보내 폐사체를 수거하는 등 문제를 감추는 데만 급급할 뿐이었다.
유람선이 여전히 운영되고 낚시도 허용돼 있는 달성군 화원유원지에서는 아버지가 낚은 강준치를 들고 관찰하는 어린이의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기생충이 들끓는 것을 시민들이 알았다면 벌어질 리 없는 광경이었다. 칠곡보뿐 아니라 낙동강 곳곳에서 강준치 폐사체가 발견되는 상황에서 환경당국과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폐사체 수거에만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들의 요구대로 “낙동강 전 구간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와 기생충 창궐의 근본원인 조사”에 나서는 일일 것이다.
김기범 | 정책사회부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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