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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10일 오후 1시 서울 청담동 한 식품점. 방울토마토, 유기농 오이 등 8만3000원어치가 한 국책연구기관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5일 뒤 이 카드는 같은 매장에서 총각무, 호박고구마, 배 등(9만7000원)을 계산하는 데도 쓰였다. 전후 반년간 이 연구기관 ‘원장님’은 장바구니를 채우는 용도로만 카드를 128만7000원어치 긁었다.
업무시간을 쪼개 장을 보고 법인카드로 계산한 ‘짠순이 원장님’ 같아 보이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백화점 명품 매장과 공항 면세점에서도 과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백화점에서 ‘아닉구딸’(일명 고소영 향수) 2개(88만원), 삼성동 백화점에선 에르메스 넥타이 3개(78만원)를 구입했다. 명목은 ‘연구사업비’ ‘경상운영비’였고, 총 314만원이 지출됐다.
이 같은 사실은 2014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질타를 받은 ‘원장님’은 이은재 당시 한국행정연구원장이다. 이명박 정부 막바지 연구원장 자리를 꿰찬 그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병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됐다. 강남에서도 특히 여당이 우세한 도곡동·삼성동·대치동이 지역구다 보니 당선도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한국행정연구원장_경향DB
이 전 원장은 비례대표로 18대 의원을 지냈다. 충분히 검증 가능한 인물이란 얘기다. 그는 2010년 12월 새해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야당 여성 의원 가슴을 향해 발길질을 해 검찰에 고발당하는가 하면 ‘국감 방해’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되기도 했다.
친이계 중에서도 ‘SD(이상득)계’로 분류됐던 그는 세종시 수정안 의총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벌거벗은 임금님의 오만”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상현 의원을 공천 배제시킨 ‘품위 저해’라는 사유에 이런 행태는 포함되지 않는 걸까. 아니면 ‘양반집 도련님’이 아닌 ‘마나님’이라서 봐 준 걸까. 이 공천 발표 직후 혀를 차던 한 당직자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이 공천, 이해되세요?”
정환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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