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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뉴스들이 풍미한 가운데 국립생태원이 1974년부터 누적된 조사자료와 지난 4년간의 조사자료를 비교 분석한 DMZ 일원의 생태계 조사결과를 발표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DMZ에 곤충류, 식물,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연못, 웅덩이 등의 바닥을 생활터전으로 삼으며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척추 없는 동물), 조류, 거미류, 담수어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등 8개 분야 총 5929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사향노루·수달 등 포유류, 검독수리·노랑부리백로 등 조류, 구렁이·금개구리 등 양서·파충류, 애기뿔소똥구리·왕은점표범나비 등 육상곤충, 가는돌고기·가시고기 등 담수어류, 가는동자꽃·가시오갈피 나무 등 식물을 포함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01종이 포함돼 있었다. 놀라운 건 DMZ가 우리나라 면적의 1.6%에 불과해서 나라 전체로 보면 매우 비좁은 공간인데, 여기에 모여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숫자는 전체 267종의 37.8%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생물들이 인간으로부터 거주지역을 계속 침범당하는 재난에 몰려 피난행렬에 나선 끝에 사람의 걸음이 끊긴 이 지역을 찾아 정착하게 된 것일까. 실제로 2006년에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에 걸쳐 있는 월악산에서 사는 것으로 보고됐던 희귀종인 등뿔왕거미가 11년 만인 지난해 6월 민통선 이북지역에 속한 연천군 일부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덧붙어 있다. 이 뉴스에 연이어 DMZ의 평화적 활용논의 방안으로 정부가 DMZ 남북 공동조사를 추진하기로 했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도 추진된다는 소식이 방송을 탔다. DMZ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소식을 접한 시간을 전후하여 두 가지의 멸종 소식이 더해졌다. 영국 옥스퍼드브룩스대학 등 공동연구팀이 침팬지, 오랑우탄 등 우리 인류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간을 제외한 현존하는 영장류는 총 439종인데, 이들은 총 90개국에 살고 있으나 이 중 3분의 2는 단 4개국에 몰려있다. 브라질(23%), 마다가스카르(23%), 인도네시아(11%), 콩고민주공화국(8%)이다. 문제는 이들 4개국에서도 영장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 이 중 60%가 멸종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특히 4개국 중 인도네시아와 마다가스카르가 가장 심각한데 연구팀은 각각 83%, 93%의 영장류가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연구팀은 전 세계 영장류종 가운데 94% 이상의 개체수가 줄어든 것도 확인했다. 

이들 영장류가 멸종위기에 몰리는 이유는 한마디로 삼림 벌채로 인한 서식지 급감에 있다. 인류의 ‘영토 확장’이 영장류들에는 서식지 감소로 이어지는 셈으로 여기에 기후변화, 밀렵이나 밀거래도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애독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는 아프리카의 바오바브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이 바오바브나무는 아프리카에서 신성시되고 ‘생명의 나무’로 수천년간 불려왔다. 그러나 가디언지는 이 나무가 기후변화와 개발로 인해 금세기 안에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한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3종의 바오바브나무가 그 주인공인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기후변화의 원인은 온실가스를 뿜어낸 다른 대륙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다.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들, 그리고 동화적 소설을 통해 친숙한 바오바브나무, DMZ를 통해 한번에 여러 멸종위기의 소식을 접하고 보니, 한 세기의 몰락을 넘어 인류의 석양을 마주한 시간에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고독감이 밀려온다. 이 고독이란 것은 인간세계의 배경이 된 모든 지구상의 것들이 사라지고 인간만이 남은 세계에 처하게 될 상황에 대한 실감 같은 것이다. 

과학에서는 현재 인간이 원인이 된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고, 대멸종이 일어날 경우 최상위 포식자는 먹이사슬 관계에서 반드시 멸종하게 돼있어서 현재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함께 멸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그런데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기계를 만들어내고,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인간이 가만히 앉아서 멸망할 것 같진 않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위기를 극복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해보는데, 아무래도 현재까지의 세계 보존보다는 세계의 변형일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게 된다. 지구상에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생명은 사라지고 인간만이 자신의 공작물과 함께 남아있는 세계를 상상해보게 된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부족에 대비해서, 이미 기술로 식품을 만들어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DMZ 보전과 같이 현 상태에서의 자연보전의 노력도 병행되겠지만, 성장이 멈추지 않는 한 인간의 서식지와 자원동원은 계속 늘어날 터이고 멸종에 대한 대안은 그 생물종들을 필요와 효용성에 따라 인간이 유전자조작 등을 통해 생산해내는 데 도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는 우주탐사에 대한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우주쓰레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주공간에 내버려진 다단식 로켓의 잔해,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과 같이 큰 덩어리뿐 아니라 우주비행사의 공구, 각종 조각들이 모두 우주 쓰레기가 돼서 벌써 350만개 이상이라 한다. 우주쓰레기는 지구 궤도를 초속 8㎞의 속도로 계속 빙빙 돌고 있다. 우주탐사작업에는 이런 우주쓰레기 파악 업무도 포함된다. 1969년 일본 선박에서 소련 인공위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쓰레기에 맞아 선원 5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있었다. 1997년에는 그전 해에 발사되었던 로켓의 잔해가 미국 여성에게 떨어져 부상을 입힌 사례도 있었다. 덩치가 큰 우주쓰레기들은 인공위성들 간의 통신에 방해를 주며 또 다른 물체와의 충돌로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바다와 지상은 물론 하늘도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는데, 정작 두려운 것은 인간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구를 넘어 우주를 계속 오염시켜가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사실이다.

지구의 다른 존재들이 다 사라지고 고독하게 남은 인간이 지금의 능력을 맘껏 성장시키고 확장시켜 지배범위를 넓혀나간다 하더라도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 존재를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강금실 | 법무법인 원 변호사·포럼 지구와사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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