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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경쟁교육 해소를 첫 번째 공동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국의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교육감 선거가 정당 선거와 별개로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협력과 발달의 학교, 민주주의 문화, 그리고 학생이 주인인 교육을 만들겠다는 당선인들의 교육철학에 대해 유권자의 신뢰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 성향이 정반대였던 최근 두 차례의 교육감 선거에서 민심은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교육감 당선인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당선인들은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고, 학생의 입시 고통을 완화하는 대입 제도를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왜 대학서열체제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좀 더 서열 높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학생들이 왜 그토록 입시에 매달리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당선 지역의 학교 교육력만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 인권 신장 등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해서도 안된다. 일선 학교는 교사들에게 믿고 맡기기 바란다.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려 묵묵히 애쓰는 현장 교사들이 많다. 다만, 아무리 열심히 가르치고 배워도 그 성과가 고스란히 경쟁 체제로 소모되는 것이 안타깝다. 결국은 경쟁의 근원을 살피고 이를 제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가령, 최근 제기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헌법 합치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에 대해 당선인들이 교육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입장 발표를 할 수도 있다. 학벌이나 학력, 또는 직업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큰 상황에서 상여금, 식비 등까지 최저임금에 산입되도록 한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급여조차 보장받기 힘들어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라’고 과연 당당하게 가르칠 수 있을까. 단지 교육계 내부의 노력만으로 입시경쟁이 해소될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17개 시·도교육감들이 힘을 모아 과감하게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당선인들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공동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이나, ‘학력차별금지법 제정’, 노동이 존중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성화고 지원 및 다양화, ‘블라인드 채용의 민간 기업에의 확대’ 등 관련 법령 제정을 통해 전 사회적인 학벌사회 타파의 기반 조성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연인원 1700만명의 촛불시민혁명으로 부정한 권력을 탄핵한 2년 전의 일도 있었지만, 사회적 현안마다 시민들이 생업을 접은 채 촛불을 들고 나설 수는 없다. 그래서 민심은 시민들을 대신할 대의권력으로서 교육감을 선출한 것이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들이 함께 국회나 대학기관, 기업,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발로 뛰고 소통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전 정부와는 달리, 현 정부는 이번 교육감 당선인들의 교육철학과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학벌사회 타파의 최적기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이번 당선인들이 향후 선거에서의 재선이나 3선만을 염두에 두면서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분야의 표를 의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령 특목고 폐지 등 약속한 개혁적인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다가 교육개혁의 때를 놓친다면, 4년 뒤 민심의 평가는 냉혹할 것이다. 괴로운 학습 경쟁에 학생들이 더 이상 신음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민심의 준엄한 요구를 당선인들은 깊게 새겨주기를 바란다.

<이광국 | 인천 산곡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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