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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작년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특별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올 초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 등을 둘러싸고 다시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검찰이 그렇게 공개를 거부하던 용산과잉진압에 대한 수사기록이 공개되면서 검찰이 과연 공익을 위한 기관인지에 대해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에는 반드시 조그만 진전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검찰의 수사·기소 사례

-광우병쇠고기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무차별적 수사와 기소.
2008년 12월까지 촛불집회 사건으로 인한 구속기소는 70명, 불구속기소는 90명에 이르고, 무려 1,100여명의 참가시민들이 50-400만원의 벌금으로 약식기소되었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다룬 MBC PD수첩에 대한 무리한 기소
이 사건에서 한 가지 특이하게 지적할 부분은 2009년 1월 수사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가 PD수첩 제작진이 일부 사실을 왜곡한 것은 인정되지만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검찰 지도부와 마찰을 빚고 급기야는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와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한 검찰조직에서 검사 개인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법을 집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네티즌의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정치적 기소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거의 사문화된)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통신죄를 이용한 수사 및 기소
-용산 과잉진압에 대한 편파적 수사와 수사기록 비공개 등


2009년 4월 법조인들(변호사와 법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검찰의 과제’에 대해 ‘법률신문’이 행한 설문조사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답변이 총 48.9%를 차지할 정도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시되는 상황이 됐다.


  
법률신문 설문조사 그래픽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와 그로 인한 노 전대통령의 서거 등으로 검찰에 대한 신뢰, 특히 그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는 더욱 하락했다. 

검찰의 중립성에 대하여 한겨레신문이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무려 78.8%가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답변을 했다.


  한겨레 설문조사 그래픽


검찰이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은 단지 검찰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사법적 절차는 그 사회의 분쟁이나 다툼을 안정적으로 해결하여 사회전체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법절차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검찰이 중립적이지 못하고 특정 정치세력에 의하여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민주주의적 질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왜 검찰에 대한 신뢰, 특히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게 되었을까? 과연 어떻게 하면 검찰이 다시금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검찰의 ‘독점적 권력’이 문제

우리 검찰은 수사는 물론 기소와 공소유지, 그리고 형집행에 대한 권한 등 재판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배타적, 독점적으로 보유, 행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의 검찰이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를 주로 수행하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특정한 분야에서 직접 수사업무를 담당하고 그 경우에도 경찰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어떻게 보면 우리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검찰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권력의 눈치만 볼뿐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권력기구 내에서 조차도 견제할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전자로 인해 외부에서의 견제나 내부 논쟁조차 일어나지 않는 (국민으로부터)독자적인 권력체로 행동하게 되었으며, 후자로 인해 ‘청와대-법무부-검찰총장’의 라인만 장악하면 다른 견제 없이 무슨 일이든지 하도록 할 수 있게 됐다. 

전자가 나타난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시 피의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 최근 검찰이 무혐의처분을 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당시 권여사가 고급시계를 받았다는 사실-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까지 언론에 의해 보도되자, 홍만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 쪽의 반응을 이해한다. 명품 시계 선물내용을 흘린 해당자는 인간적으로 형편없는 빨대다. 발설자를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가 진행된 바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경향신문 만평


고발한 민주당은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에 검찰을 수사해달라고 고발할 수밖에 없었고, 검찰은 자신이 자신을 수사한 후 자신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을 사용하여 자신에 대한 불기소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실효적 통제나 감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검찰은 무서운 것이 없는 것이다(2009년 1월 7일자 경향신문 기사 참조).

후자의 예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한 백원우 의원에게 형법상 장례방해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한 것을 들 수 있다.
검찰은 백 의원을 기소하면서 2건의 ‘장례 방해죄’ 적용 사례를 참고하였다고 밝힌바 있으나, 정작 그 사례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하였다(2009년 12월 25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참조). 

즉, 정치적인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는 무리한 법적용이라도 주저 없이 행하고, 다른 어떤 누구도 검찰의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에 많은 국민들은 더욱 검찰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순서'가 중요


검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찰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시켜야 하며,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다만,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으로부터 배운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검찰은 틈만 생기면 독자적인-심지어 통치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운-권력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참여정부 초기에 평검사와의 대화라는 장에서 평검사들은 대통령보다 그들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줘 많은 국민들을 당황하게 했다.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을 정권의 사적도구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권의 불간섭이 자체 권력화를 하려고 했던 검찰에게는 오히려 좋은 빌미가 되었다. 이후 검찰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해 ‘부당한 간섭’이나 ‘독립성에 대한 침해’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따라서 검찰개혁에서는 민주적 통제의 실현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보다 먼저 혹은 적어도 동시에 실현되어야 한다. 섣불리 1단계에만 집중하면 이미 어느 정도 자체 권력화돼 있는 검찰을 철저히 개혁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 
그래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의 한 수단으로 언급되고 있는 법무부의 검찰통제 완화는 시기상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실현보다 늦추어지거나 아니면 법무부의 탈검찰화·문민화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문민화된 법무부, 탈검찰화된 법무부가 검찰을 개혁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적 통제에서 가장 최후의 것이 검찰간부를 선거에 의해 선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전에 검찰 권한의 분리, 그를 통한 견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적으로 검찰간부를 선출한다고 하더라도, 검찰의 권한이 지금처럼 비대하고 그것을 견제할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선거에 선동정치·혐오정치·금권정치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검찰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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