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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최근 서울경찰청이 정보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09년 서울에서 불심검문을 받은 사람은 644만 여명, 차량은 4800만 여대에 달했다. 2008년까지 합하면 2년간 1억 건이 넘는 불심검문이 이뤄졌다. 수치상 서울 시민들은 해마다 10명 중 6명꼴로 불심검문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직원들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이에 따라 경찰의 불심검문에 의한 인권침해도 급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경찰의 불심검문에 따른 인권침해 진정 횟수는 2006 7, 2008 36, 2009 37건으로 계속 늘었고, 올해 5월까지만 해도 19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불심검문과 관련한 상담 건수도 2006 17, 2008 27, 지난해 51건으로 나타나 비율로 따지면 거의 100%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심검문이 급증하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불심검문이 급증하는 이유는 얼마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경찰의 성과주의 때문이라고 보인다.

지난달에 발표된 지역경찰 근무실적 평가 배점표를 보면 범인검거의 경우 최고 30점을 주지만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상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0.2점에서 0.5점 정도의 아주 낮은 점수를 배점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일선 경찰들이 일상적인 방범활동보다는 불심검문 등 범죄자를 검거하려는 활동에만 치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하겠는가
? 국민들이나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경찰의 실적보다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되는 것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한나라당은 경찰의 불심검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불심검문에 대한 권한만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
(이하 “경직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심검문이 앞으로 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제도화될 수도 있기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식으로 국회의장에게 ‘경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고, 많은 시민단체들과 언론들(조선, 중앙, 동아 등 소위 보수적 일간지들을 포함하여)도 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다.
 

이와 같은 많은 반대에 부딪혀 현재 국회는 경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경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경찰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경직법 개정안에 기반한 불심검문절차를 담은 ‘현장 매뉴얼’을 일선 경찰에 배포하여 불심검문을 독려하여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현장 매뉴얼에는 개정안 중 논란이 되고 있는 신분증제시요구나 흉기 이외의 일반소지품 조사, 차량 내 물건이나 트렁크의 조사 등이 그대로 담겨 있어 사실상 현행 경직법이 아닌 경직법 개정안에 따른 불심검문이 일선에서는 이미 이루어졌다고 평가될 수 있을 정도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뿐 아니라 국회의 입법권마저 형해화시키는 것으로 위헌적인 월권행사라 할 것이다.

경찰은 법을 실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자 국민의 안전과 기본권을 지키는 조직이다. 이런 경찰이 실적에만 치우쳐 법에 벗어난 불심검문을 일삼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주장해 온 법치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일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제부터라도 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불심검문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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