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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즉 시민의 참여와 견제방안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모델이 될 수 있는 일본과 미국에서의 검찰통제에 대해 살펴보자.

(1) 일본식-검찰 스스로의 독립성 유지

일본 검찰 조직과 사법제도는 한국과 매우 비슷하다. 한국 법조인이 광복 이후 일본법을 베끼다시피 해서 형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용이한 점이 있다. 
참여정부 때 법무부는 사법개혁 연구팀을 꾸렸고 시민단체도 포럼을 열었다. 당시 참여정부가 주목했던 것은 일본의 검찰심사회 제도였다. 
일본 검찰심사회는 마치 미국의 배심원처럼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 견제 기구다. 검찰심사회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정당한지를 따지고, 검찰의 사무와 관련해 건의 또는 권고를 할 수 있다. 
기소권보다 더 무서운 검찰의 권한이 불기소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검찰 말고는 누구도 기소를 할 수 없다는 독점성에서 검찰 권력이 출발한다. 국가기관의 인권유린 사건을 기소하는 것도 검찰이 응해줘야 한다. 하지만 검찰심사회는 이런 일본 검찰의 기소·불기소 권력에 제동을 건다. 


일본 검찰심사회 업무흐름도


검찰심사회는 각 지방재판소 관할 지역에 하나 이상 꼭 설치해야 한다. 선거권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1명이 검찰 심사원을 구성한다. 임기는 6개월이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 유족 등이 심사를 신청하면 검찰심사회가 열린다. 
검찰심사회는 국가나 공공기관에 대한 현장 조사도 가능하고 증인 신문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검찰은 검찰심사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회의에 나와 의견을 진술해달라고 요구하면 이에 따를 의무가 있다. 

검찰심사회는 각 사건에 대해 ‘기소가 타당하다’ ‘불기소가 타당하다’ ‘불기소가 부당하다’라는 3가지 결론을 두고 의결할 수 있다. 의결은 과반수(6명)의 동의에 따르지만, ‘기소가 타당하다’는 의결을 내려면 8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2001년까지 검찰심사회가 다룬 사건은 약 13만 건이고 그 결과 검사가 다시 검토해 기소한 사건은 1100건에 이른다. 물론 검찰심사회 제도에도 허점은 있다. 심사회 결정이 존중받기는 하지만 강제력은 없다는 점이다. 
일본이 검찰심사회를 처음 꾸린 것은 1948년 미국 군정 때였다. 당시 맥아더 사령부는 일본에 미국식 검찰 견제 시스템을 끌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일본 법조계의 반발이 크자 대신 대 배심제와 유사한 검찰심사회를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가 검찰심사회를 언급했을 때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은 대체로 "일본은 항고제도가 없고 한국은 항고제도가 있기 때문에 검찰심사회 같은 기구는 굳이 필요 없다"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항고는 어차피 같은 검찰에게 다시 기소 여부를 묻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현재 항고를 해서 기소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0.1%도 안 된다.





일본 검찰심사회는 정치자금 불법 운용 혐의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불기소처분한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을 
2차례나 기소 권고해, 결국 법정에 세웠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 미국식-시민에 의한 검찰간부의 민주적 선출

미국의 경우, 주 검찰 조직은 미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이나 연방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전혀 별개 조직인 것이다. 또 미국은 주 아래 행정단위인 카운티의 검찰청장도 주민 선거로 뽑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요즘은 카운티 검찰청도 점점 주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추세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상당히 독립적이다. 
이렇게 연방-주-카운티 검찰이 서로 견제를 하다 보니 한국처럼 5대 사정기관을 한 손에 쥔 권력자를 위해 표적 수사에 나서거나, 타깃의 약점을 들춰내는 저인망식 수사를 펼치기 힘들다. 

물론 이런 ‘선출직 검찰총장제’에 폐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검찰총장 임기가 끝나면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인기를 끌기 위해 대중에 영합하는 수사를 하거나 언론 플레이에 치우치는 경우도 있다. 
정치자금을 공개 모집하기 때문에 로비단체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미국 유권자들은 대체로 주지사와 검찰총장을 서로 다른 당 출신으로 뽑아서 견제와 균형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주지사가 공화당이라면 검찰총장은 민주당 후보를 찍는 식이다. 



또한 미국의 검찰 견제 제도 중에는 대배심(grand jury)이라는 것이 있다. 배심원제도는 소배심과 대배심으로 나뉜다. 소배심은 흔히 우리가 미국 법정 영화에서 보는 배심원제도다.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소배심은 최근 한국에서도 시범 도입되었다. 
대배심은 소배심과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으로 구성되며, 기소·불기소를 결정한다. 만약 검사가 부당하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판단할 경우, 16∼23명으로 구성된 대배심 가운데 12명 이상이 찬성하면 기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 일본 검찰심사회보다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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