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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최근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실현하고자 열심히 집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학생들의 집회가 경찰에 의해 금지통고되고 있고, 참여한 대학생들 중 많은 수가 연행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주 평화롭게 집회를 한다고 해도 금지하고, 연행하는 일은 도대체 왜 계속되고 있을까?


 
서울 청계광장에서 8일 열린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경찰에게 김제동씨가 제공한 햄버거를 건네고 있다. /경향신문 김창길 기자
 
 
작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 때 보수진영에서는 오바마를 환영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진보진영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문화제를 개최했다.
 
보수진영의 오바마 환영집회는 '미신고 집회'였다.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피켓으로 경찰을 구타하고, 신나통에 불을 지르려고 하고, 인공기를 찢는 등 시종일관 '화끈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연행자도 없었다.
 
반면 진보진영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대학생 2명이 연행됐다. 미신고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날 밤 있었던 문화제에서는 평화롭게 노래 한 곡 불렀을 뿐인데 18명이 연행됐다. 역시 야간에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사이의 법 적용의 차이가 신기해서인지 ‘레디앙’이라는 잡지의 기자가 집회를 관리했던 종로경찰서 경비계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해보았다. 그러자 그 경찰관은 “보수단체의 모임은 집회나 시위가 아니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축제였다”고 답했다고 한다.
 
집회에 대한 경찰의 이런 일관된 신념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를 요구하자 보수단체 분들이 참여연대 앞에서 거의 2주에 가깝게 집회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역시 보수단체 분들은 거친 모습들을 보여주셨다. 그러나 아무도 연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로 경찰의 눈에는 신나에 불 좀 붙여주고, 가스통에 불 좀 붙여서 굴려주고 해야 집회나 시위가 아니라 축제로 보이는 것인가? 요즘 어느 개그 프로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다’.
집시법이 집회를 다른 표현행위와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다수의 군중이 모여 표현행위를 하다보면 과격한 행동을 할 수 있고, 그런 과격한 행동들이 사회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은 이러한 집시법의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즉 해당 집회의 실질적 위험성을 기준으로 집시법의 적용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의 내용이 친정부적이냐 반정부적이냐는 잣대로 집시법을 적용하고 있다. 친정부적 집회는 아무리 위험해도 아무 제재를 하지 않고, 반정부적 내용의 집회는 아무리 평화롭게 진행되어도 집시법을 적용하여 처벌하고 있다. 이렇게 표현행위의 내용을 가지고 표현행위를 사전에 금지하는 등의 행위는 우리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검열이나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제에 해당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집회도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평화롭게 이루어지는 만큼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반값 등록금에 관한 주장이 정부에 불리한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회를 사전에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혹시 이 집회에서 대학생들이 신나에 불 붙이고, 불붙은 가스통을 굴려야만 비로소 경찰이 축제로 봐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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