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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3+1(무상의료·무상보육·무상급식·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여당은 물론 보수언론, 고위관료에 대통령까지 나서 비판하고 있다. 반론의 요지는 복지망국론, 세금폭탄론, 포퓰리즘이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줄기차게 들어오던 상투적 비판이다.

복지를 늘리면 나라가 망할까? 아니다. 흥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김영삼 정부 시기부터 양극화로 진행하는 조짐을 보였다. 1998년과 20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분열과 갈등, 불신과 대립의 병이 깊어졌다.
이는 단순한 불평등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사회적 자본 축적을 저해하고
성장잠재력을 고갈시키는 현실적 문제다.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있다. 고령화다. 고령화라면 흔히 출산율 저하와 노인인구 증가를 떠올리지만, 핵심은 생산을 담당해야 할 청장년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다.
15~64세 생산가능 인구는 지금의 약 3500만명에서 2050년에는 2200만명으로 3분의 1가량 줄어든다. 21세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장 큰 문제는 인적 자본의 위축이다.

인적 자본의 확충을 위해서는 임신, 출생부터 아동, 청년, 여성, 중·고령자, 노인의 평생건강을 일관되게 보살펴야 한다. 학교교육을 창의력 교육으로 혁신하고 교육비 부담을 없애줘야 한다.
중·고령자에 대한
평생교육과 직업능력훈련을 대폭 강화하고 모든 아동과 여성에게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성, 노인, 장애인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고 차별을 없애야 한다. 군복무를 단축해 청년의 입직 연령도 낮춰야 한다. 저소득층의 기본소득을 보장해 건강, 교육, 고용으로 나갈 바탕을 마련해줘야 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오른쪽)이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무상복지에 대해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21세기 복지는 인적자본 형성을 위한 최대 투자처다. 복지를 소비로 보고 복지에 재정을 쓰면 성장이 저해돼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20세기 구시대적 발상이다.
그때는 성장이 소득분배에 기여했다. 청년 남성노동력으로 나라 경제를 운영할 수 있었고 여성, 노인, 장애인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복지를 소비로 또는 시혜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복지야말로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위한 투자다.


세금은 벌금이 아니다. 세금은 국가공동체 구성원이 공동의 번영을 위해 부담해야 할 분담금 같은 것이다. 우리들의 나라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발전을 위해 투자할 곳이 있으니 분담금을 더 내자, 하면 더 내야 하는 것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은 더더욱 맞지 않는다.
나라가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여태껏 안 하다가 이제 겨우 하자고 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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