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모든 산업이 환경 산업이다

몇 해 전 유럽을 대표했던 가정용 전자제품업체 보쉬-지멘스(BOSCH-SIEMENS)가 브라질 빈민지역에서 자신들의 신제품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 줘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보쉬-지멘스가 냉장고를 저가도 아니라 공짜로 나누어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브라질 전력회사 덕분이다. 전력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높은 고정비용이 든다. 전력은 사람들의 사용량이 적다고 해서 발전기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발전기를 껐다 켰다 할 때마다 천문학적 비용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력회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체 전력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을 경우 흔히 블랙아웃(Black Out)이라고 부르는 대정전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밤에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이 많지 않지만 공급해야 할 전력량은 사람들이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낮 12시~오후 4시 사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회사는 사람들이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주면, 자신들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더욱이 최근처럼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는, 전력회사의 성과를 평가할 때, 단순히 전력을 원활히 공급하고 있는지보다는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있는지가 더더욱 중요한 평가요소이다.

보쉬-지멘스는 바로 이 점을 주목했다. 보쉬-지멘스는 청정개발체제(CDM)를 활용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CDM 사업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인정하는 선진국-개도국 간 온실가스 감축사업이다. 개도국은 사업 유치를 통해 탄소배출권 수익과 기술이전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선진국들은 이 사업에 참여해 얻은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활용할 수 있다.

보쉬-지멘스는 브라질 전력회사로 하여금 자신들의 냉장고를 구입해 브라질 빈민가에 무상으로 보급할 것을 설득했다. 브라질 전략회사 입장에서도 이는 그리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당시 브라질 빈민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형 냉장고는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제품들이었다. 이 때문에 빈민 계층에게 전력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추가 건립 등 막대한 비용이 유발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보쉬-지멘스를 통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신형 냉장고를 대거 공급하면 다소나마 전력 수급량을 낮추어 발전소 추가 건립 비용 등을 줄일 수 있었다.

냉장고를 무상으로 공급한 보쉬-지멘스는 다른 형태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보쉬-지멘스는 브라질 빈민가에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구형 냉장고를 수거했다. 이들 구형 냉장고는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냉매인 HFC를 사용하는 제품들로, 보쉬-지멘스는 HFC를 회수해 처리함으로써 탄소배출권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거래소에서 되팔아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보쉬-지멘스는 다른 가전회사들이 유료로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공짜로 냉장고를 나누어 주면서도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까지 거둘 수 있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구매력을 갖고 있는 계층에게는 자신들의 신형 냉장고를 유료로 판매해 수익을 거두었고, 구매력이 없어 신형 냉장고를 살 수 없는 브라질 빈민가 사람들에게도 냉장고를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지구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덤으로 가져갔다. 이상에서 설명한 보쉬-지멘스의 사례처럼 환경을 지키는 것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만 달려 있는 일이 아니며, 환경 이슈가 다른 분야의 기존 기업들에도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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