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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방통대군, 왕수석 등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고 구속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유죄 확정판결이 난 것은 아니나 각종 이권에 부당하게 개입해 알선수재 내지 수뢰의 정황이 짙다.
올해 초에도 친인척·측근 비리가 지면을 장식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했다.
이명박 정부 권력실세들의 비리 연루 의혹 (경향신문DB)
조선사에서 가장 비운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왕 중의 한 사람이 정조였다. 유년시절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을 목격하고, 당쟁으로 인한 역모와 암살 기도에도 불구하고 탕평책 등의 시행을 통해 개혁군주라는 고독한 길을 간 인물이 정조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조가 사도세자에 대한 원한을 갚고 모반의 위기상황 속에서 성군(聖君)으로 평가받는 기저에는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자신의 과오도 자기의 탓이며, 신하의 잘못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반성했다. 위정자는 자기반성에 철저해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권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한을 권력이라고 착각하고 권력에 기생하는 자들과 나누는 것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어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반성의 명령은 위정자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가치이다.
대통령 측근비리는 정확히 추적하기는 어렵지만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노태우 정권 때부터 5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로 국정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자기반성이 없는 인치, 관계에 의한 법집행 때문이다.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하는 위정자와 그들을 좇는 권력의 불나방들이 법치를 스스로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정조가 당쟁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개혁 군주로 기억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그를 통한 도덕적 자긍심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또 5년간 새로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뽑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다음 정권의 말기에도 측근비리로 지면이 얼룩지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사람다운 사람이 만든 실질적 법치가 관철돼야 할 것이다.
100여일이 넘은 언론사 파업이 언론장악의 결과이며, 광우병 현지조사단이 조사단이 아니라 미국유람단이라는 ‘국민의 폄훼’가 국정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것일까? 그보다는 잘못된 인치의 결과가 아닐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정 최고책임자의 진정어린 자기반성과 잔여 임기동안 그를 바탕으로 한 성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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