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검찰이 어제 통합진보당의 서울 대방동 당사 등 10여곳에 압수수색차 들이닥쳤다. 한 시민단체의 고발이 검찰 수사를 촉발한 모양이나 통진당의 자중지란도 명분을 제공한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혁신비대위가 경쟁 부문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의 사퇴 시한으로 정한 날이다. 계파 간 충돌이라는 ‘내우(內憂)’에 검찰 수사라는 ‘외환(外患)’이 겹쳐진 꼴이다. 난마처럼 꼬인 채 절체절명의 위기로 치닫는 통진당 사태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통합진보당 서버관리업체 압수수색 (경향신문DB)
배경이야 어떻든 현시점에서 검찰 수사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혁신비대위가 비례대표 사퇴 거부자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는 등 본격적 쇄신에 나서려던 차다. 더디지만 당 차원의 조사와 조치도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헌법상 보장된 정당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통진당의 자정 노력을 지켜봤어야 한다는 얘기다. 성급한 개입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더구나 고발한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보진영에 색깔론을 덮어씌우곤 하는 보수단체라는 점에서 그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터다. 정당활동에 대한 검찰 개입은 최소한에 그치고,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그렇다 해도 당권파들이 검찰 수사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 역시 자명하다. 그들은 예상한 대로 비례대표를 사퇴하라는 혁신비대위의 권고도 거부했다. 혁신비대위에 맞서 출범한 당원비대위만 해도 ‘당원 대책회의’라고 한발 뺐으나 한 정당의 지붕 아래 두 개의 비대위가 뜨는 웃지 못할 사태를 만들었다. 당 중앙위가 의결한 혁신비대위 활동까지 인정하지 않는 당권파들의 행태로 볼 때 통진당이 스스로 현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당권파들은 그동안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한 책임이 제기될 때마다 당원의 권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으나 그들이 당을 부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비당권파는 물론이고 당권파도 ‘헌법에 보장된 정당활동 침해’라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옳은 얘기지만 한사코 국민들의 눈높이를 외면했던 당권파인지라 정서적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기 위한 당사자들의 자구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하나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당권파처럼 기득권은 철저히 지키되 책임은 피하려 든다면 그들을 흔쾌히 받아줄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권파들이 정녕 당을 살려내려면 그들에게 부여된 책무부터 다하길 바란다. 비례대표 사퇴가 그 첫걸음이다.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론]정치꾼으로 나선 검찰 (0) | 2012.05.23 |
---|---|
[경향마당]‘법치’ 세워 대통령 측근비리 악순환 끊어야 (0) | 2012.05.21 |
[고영재의 천관산 편지]‘주역’이 가르치는 변화·음양·순리 (0) | 2012.05.20 |
[정동칼럼]위기의 야권에 지금 필요한 것은 (0) | 2012.05.18 |
[경향시평]‘5·18’서 배워야 할 인간의 정치 (0) | 2012.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