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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 전국전력노조위원장
5월 초부터 한전은 전력수급비상체제에 돌입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1년 중 불과 3~4개월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력수급에 항상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발전소를 비롯한 전력설비의 점검과 정비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왜 이러한 문제가 생겼을까? 단언컨대 이는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정부는 전력산업의 경쟁체제를 통해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며 한전을 분할해 발전부문의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전력 수요의 급증으로 전력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공급자에게 비싼 값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됐다. 결국 수요가 증가해 공급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전력가격은 상승하게 되고, 한전은 추가적으로 막대한 구입전력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자회사인 발전회사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이를 보완하는 보정계수를 적용하여 단가를 재산정하지만, 재벌기업이 운용하는 발전소는 예외이기 때문에 그 수익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한국전력 긴급 비상수급대책회의 ㅣ 출처:경향DB
두 번째 원인으로는 에너지 가격정책의 실패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은 대부분 1차 에너지인 석유와 석탄, 우라늄을 사용하여 생산한다. 그런데 2008년부터 1차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유가를 비롯한 가스, 석탄, 심지어 연탄가격까지도 급등했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하는 전기요금은 사실상 동결됐다. 이 때문에 에너지 소비의 패턴이 심각하게 왜곡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난방방식이었던 가스나 석유 대신 전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전기를 절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해 에너지 소비의 비효율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 낭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한전의 적자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을 서둘러야 해결되는 게 아니다.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을 위해 전기요금체제의 합리적 개편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작년 9월15일에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도 표면적으로는 수급예측 실패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가 핵심 원인이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에너지 가격결정의 원인인 분할 경쟁체제를 포기하고 전력산업 통합을 통한 에너지 수급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에너지 가격의 합리적인 개편을 통해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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