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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이던 김예슬씨가 자퇴와 함께 내붙인 '김예슬 선언'이 사회에 던진 충격을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대학의 모습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걸까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유지영씨가 학교 게시판에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얼마 전 '기초학문 말살'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중앙대학교 구조조정 계획을, 고려대도 따라하려는 것이냐며
대학의 존재의미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격변의 시기, 철학 없는 대학엔 미래가 없다!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영원히 세계의 패권국가일 줄 알았던 미국은 무역적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느 나라든 정세에 가장 민감한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계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자타공인 시장주의자인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박근혜는 ‘복지국가’를 기치로 들었고, 중도 개혁 노선을 견지해오던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에는 ‘진보’ 담론이 등장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팔리는 책은 경제학, 재테크 도서였다.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가 몇 달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많은 돈을 버는 법이 아니라 ‘정의’가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혼란의 시기, 무너지지 않는 진리로 여겨왔던 신자유주의가 위기에 봉착하자, 새로운 시대의 나침반은 무엇인지,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고려대에서도 대학에서 더 이상 참된 삶을 배울 수 없기에 자퇴를 선언한 김예슬 학생의 이야기는 전 사회를 흔들었다.

자퇴를 한 것은 김예슬 학우 1인이었지만 이 반향은 전체 대학생의 기업이 된 대학에서 숨 막히게 열심히 살아도 꿈과 미래를 찾을 수 없다는 절규였다. 새로운 가치와 철학 없이는 아무리 더 열심히 일해도 비정규직 되기도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더, 더 노력한다고 미래는 찾아지지 않기에.

그러나 대학에서 삶과 꿈, 미래의 나침반을 찾지 못하고 자퇴를 결심한 학생과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진 수 많은 학생들이 울부짖는 동안 민족사학, 명문사학을 자임하는 고려대학교 당국은 대체 무엇을 했는가? 




학우들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총학생회는 무엇을 하였는가? 전 사회가 김예슬 선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시대를 논하며 뜨거울 때 학교도 학생회도 무엇 하나 뛰어들어 바꾸고자 하지 않았다. 

심지어 고대는 반성은 커녕 이젠 대놓고 ‘돈 되는 놈 밀어주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Global KU의 기치 아래 상대평가, 영강의무화 등 학사제도는 더욱 엄정해지고 학교생활은 더욱더 숨막히게 되었다. 금융위기로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이 날 때 고대의 1300억원 적립금 펀드 투자 의혹이 대두됐다. 2010년, 고대는 이미 건물이 3개(경영본관, 경영별관, LG-POSCO 경영관) 나 있는 경영대학에 새 건물 G50관을 짓기 위해 조형학부와 사범대 학생들이 사용하는 사대분관을 철거하는 계획을 냈다. 한 학기 동안 조형학부 학생은 라이시움 주차장에서 실습을 하라는 덧붙임과 함께.

그리고 지난 주 학교는 중앙대 구조조정 안을 내놓은 경영 컨설팅 업체에 8억 6천여만원을 주고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진단을 맡겼다. 학제개편을 제1순위의 목표로 하는 그 경영진단의 미래는 올해 중앙대의 모습이다. 

중앙대 경영진단의 결과는 경영학 특성화, 심지어 문과대 “폐지”까지 논의되는 인문학, 기초학문단위 통폐합이었다. 중앙대 당국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 탄압을 추진하며 그간 학생회가 진행하던 새터를 학교당국이 빼앗아 갔고,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던 학생들에겐 퇴학 등의 초강수 징계를 내렸다. 

내년 고려대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진다면 고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너무나도 끔찍하다.




모든게 변하고 있다. 철학 없는 고대, 바뀌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세상은 새 길을 찾고 있는데 신자유주의적 기업식 대학운영이라는 낡은 배를 몰고 가려는 고려대에선 철학의 빈곤에 숨막혀 하는 제2, 제3의 김예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대학은 대학 다워야 한다. 어떤 사회도 60대가 세상을 주도했다는 역사는 없다.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으로, 새 시대를 주도할 청년들을 배출해야할 곳이다. 시대가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철학을 제시하지는 못할 망정, 변화의 시대에 신자유주의 구태를 고집하며 거꾸로 가는 대학엔 미래가 없다. 

지금이라도 돈이 아닌 사람을, 효율이 아닌 가치를 위한 대학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철학 없는 고대, 바뀌어야 우리 모두 산다!

  

고려대 진보전략포럼 조직위원장 정치외교학과 4학년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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