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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지난 12월3일 충북 진천에서 발생해 천안, 증평, 청주, 음성으로 확산되고, 경기 이천과 경북 영천에서도 신고가 들어오고 있으며 앞으로 추가 발생이 예상되어 걱정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소·돼지에 대한 백신접종이 실시되고 있어 지난 2010~2011년의 구제역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러 가지 우려되는 상황 때문에 산발적이고 전국적인 발생이 염려스러워 구제역의 특성과 방역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구제역은 소, 돼지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만 발생되고 입·혀·코·발굽·젖꼭지 등에 물집이 형성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도 관리순위가 최상위의 질병이며, 국제교역 규제대상 중 가장 중대한 질병이다. 그렇지만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고 강산과 강알칼리에서 쉽게 파괴되는 등 철저한 소독이 선행되면 바이러스는 쉽게 사멸한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은 몇 가지 점에서 매우 염려스러운 역학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첫째,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들은 비교적 규모가 큰 양돈농장으로 주변 지역을 심하게 오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규모가 큰 양돈농장인 만큼 많은 사람과 차량이 빈번하게 왕래했을 것으로 예상돼 그만큼 많은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 또 소독효과가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 발생해 적절한 소독이 이루어지지 않아 상당기간 바이러스가 주변환경에 살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구제역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철저하고 올바르게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구제역백신은 20도를 유지하여 개체별로 잘 보정하여 빠짐없이 꼼꼼하게 접종해야 한다. 일부에서 백신의 효능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2011년과 2014년 7월에 발생한 구제역의 예에서 구제역 백신의 효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체험한 바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고역가 백신인 6PD50은 구제역 방어역가의 6배의 항원이 함유된 백신으로서 구제역 바이러스의 변이 등에 따른 효능저하를 충분히 고려해 선택한 백신이다. 다만 백신의 우수한 효능을 감안하더라도 백신이 올바르게 접종되지 않는다면 일부 개체에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게 되고, 이들 개체는 바이러스를 폭발적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구제역 발생과 확산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돼지의 경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감염축의 신속한 살처분이 중요하며, 겨울이라는 기후에서 살처분에 참가한 인력과 장비 등의 관리가 부실하여 기계적인 전파가 우려됨으로 이에 대한 격리와 소독 등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셋째, 이번 구제역 전파를 역학적으로 판단해 보면 도축장이 중요한 방역관리점이 되고 있어 스팀소독 등 겨울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소독방법을 고안하여 도축장에 드나드는 사람, 차량 및 운전기사·운전석 바닥 등에 대한 철저한 소독 대책을 세워야 한다.
6일 돼지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소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안성시 죽산면의 농장 앞에서 방역팀 직원들이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사육 중인 소 47마리 중 1마리가 감염 증상을 보였다. (출처 : 경향DB)
우리나라가 구제역 근절정책에 백신접종을 도입하게 됨에 따라 자칫 접종만 믿고 소독 등 차단방역이 소홀해져 구제역이 재발된다고도 보여진다. 방역당국과 축산농가가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철저한 백신접종을 기본으로 농장별 지역별 차단방역을 강화해 이번 구제역을 조기에 막아야 한다.
김옥경 | 대한수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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