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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요인이 주로 지진, 홍수, 화산폭발과 같은 불가항력적 자연재해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국가는 이러한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능에 주로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가가 재난 발생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발생되는 재난의 근본적 원인은 주로 탐욕과 분노에 의한 재난이 대부분이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재난의 원인은 주로 건축물의 부실시공이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마우나 리조트,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등이 그랬다. 세월호와 오룡호 침몰사고는 많이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탐욕스럽게 경쟁하는 데서 비롯됐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한 경쟁의 2차적 결과는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구조의 심화를 가져온다. 사회 곳곳에서 분노에 의한 재난이 빈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와 숭례문 화재가 대표적이다. 어떤 재난은 보이지 않는 손(사회적 불만을 가진 자에 의한 원인미상의 사고)에 의해 발생되기도 하지만, 그 원인은 다른 원인으로 대체되거나 원인미상으로 종결되어왔다.

경쟁에 의한 재난이 빈번한 까닭은 우리 사회 교육이 “빠른 성장=더 큰 행복”이라는 성장 위주의 맹목적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궁극적으로 만족될 수 없는(모두가 부자가 되거나 모두가 1등이 되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쉽게 채워질 수 있는 소박한 것은 무시당하고 채워질 수 없는 더 큰 욕망만 키워나가고 있다. 이것이 요즘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불행과 좌절, 자살, 파산, 절망의 원인이다.

또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이라는 가치에만 몰두하는 정치세력과 기업에 의해 서로 욕망의 크기를 비교하고 경쟁해야만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큰 욕망을 달성하는 것이 최선의 삶인 것처럼 세뇌당하고 있다. 그 결과 더 많이 가지기 위한 부실공사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더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싣기 위해 불법 구조변경이 자행됐으며 안전에 대한 기본과 원칙은 생략됐다.

한창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 (출처 : 경향DB)


그렇다면 국가가 탐욕과 분노로 인한 재난에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재난의 근본적 원인을 조장하는 천박한 삶의 가치들을 재정립하고 인문학적 병폐들을 근절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 더 큰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작은 것이 아름답다’(E F 슈마허)는 인간중심의 경제철학을 확산시켜야 한다. “많이 가지는 것=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적게 가지고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


류충 | 한국소방안전협회 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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