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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열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 김보름(25)과 노선영(29), 박지우(20)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은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메달을 못 땄기 때문이 아니다. 이날 보여준 선수의 태도가 문제였다.

이날 경기에서 노선영 선수는 두 선수보다 50m 넘게 뒤처져 마지막으로 골인했다. 마지막 주자가 팀 전체의 기록을 결정하는 팀추월 경기 특성상 체력이 떨어진 동료를 북돋우며 함께 기록을 끌어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선수는 늦게 들어온 노 선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노 선수 탓을 하고, 비웃는 듯한 표정까지 지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김보름과 박지우의 자격 박탈, 빙상연맹 관계자 엄중히 처벌하라”는 청원에 5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래 역대 최고치였다. 그러자 이례적으로 올림픽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감독과 선수가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고 사죄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감정은 차치하더라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무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같은 시기에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에 대한 국민청원은 3일간 20만명을 겨우 넘겼지만, 이번 건의 경우 하루 만에 3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사람들이 청원게시판을 네이트판(인터넷 사이트)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성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트위터리안은 “남자 선수가 과거에 비하적인 욕설을 SNS에 썼던 것은 제대로 이슈도 되지 않았지만 여자 선수는 인터뷰에서 한번 잘못 보였다가 뭇매를 맞는다”며 “공인이든 연예인이든 과도할 정도로 태도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대부분 여성의 경우”라고 지적했다.

24일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서 은메달을 따낸 김보름 선수는 메달의 기쁨을 누리는 대신 눈물을 보이며 ‘죄송하다’고 사죄했고, 청중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무엇이 그를 대역 죄인으로 만들었나.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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