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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PC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트오세·사진) 인터넷 게시판에 지난 26일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트오세의 개발사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가 직접 나서서 직원의 ‘사상’을 검증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해당 직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페미니즘 관련 계정을 팔로하거나 몇 건의 게시글에 공감·공유 버튼을 누른 것 때문에 논란이 된 사람이었다.

김 대표의 글은 자못 비장하다.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 직접 ‘문제의 사원’과 인터뷰를 진행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에선 이렇게 되묻는다.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했나요?”

이 같은 사건이 게임업계에서 ‘특별한 일’은 아니다. 게임·문화계에서 일하는 여성이 페미니즘 관련 글이나 현상에 관심을 보이거나 지지하는 의사를 표시했을 때 그들은 비난을 받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번 건이 큰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회사 대표가 직원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해 ‘사상검증’이라고 불릴 만한 인터뷰를 진행했고, 내용을 공식으로 발표했다는 점에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그의 행동은 사상검증이며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김 대표의 SNS 계정을 역으로 추적해 그가 과거 박근혜 지지 등의 행보를 보인 보수매체 계정을 팔로했던 사실을 알아낸 이도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재밌는 글이 있어서 (그 계정을) 팔로했었다. 이제 됐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문제의 행동’을 했을 때 대응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다르다”며 “한 사람은 ‘이제 됐냐’고 넘길 수 있지만, 한 사람은 실명까지 공개당하며 ‘내 행동이 실수였다’는 것을 만인 앞에서 시시콜콜 사과·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반사회단체’의 기준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논란에 등장한 한국여성민우회는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라는 성명을 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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