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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온실가스) 국외 감축은 감축 관련 국제사회 합의, 글로벌 배출권 거래시장 확대, 재원조달 방안 마련 등 전제조건 충족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정부는 6일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국무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했다. 이 중 배출전망치(BAU) 대비 11.3%의 온실가스는 국외 노력을 통해 감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제출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해 발표한 기본계획의 한 부분이다.

언뜻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언급한 전제조건은 실체가 없는 허깨비에 가깝다. 온실가스 배출권에 대한 국제 거래시장은 구체화되기는커녕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기후변화 건강영향 누적비용 (출처: 경향신문DB)

정부는 “제반 조건 진행 현황 및 감축수단별 세부사업 발굴 결과 등을 반영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국외 감축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11.3%는 감축하지 못한다’는 포기 선언에 가깝다”는 혹평까지 내놓고 있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량 중 3분의 1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제22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정부가 언급한 국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에 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자국 내에서의 감축계획 비준조차 끝나지 않은 나라들도 있기 때문이다.

국외 감축 계획을 제외하고도 이미 망신살이 뻗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될지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국제 기후변화 연구기관들이 지난달 초 한국을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뜻하는 ‘기후 악당’ 국가로 선정했다. 이것이 국제적 비난 물결의 시작이 아니길 바란다. 정부는 허상을 버리고, 국내 감축에 더 집중해야 한다.

김기범 | 정책사회부 holjjak@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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