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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본격화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케 만들었다. 현재 드러난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는 중대하며, 특히 국가운영을 일개 사인이 농단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에 몇 주에 걸쳐 서울에서만 수십만에서 100만에 이르는 국민들이 모여 박 대통령에게 퇴진하라고 요구했다.국민들은 사실상 박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박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권위와 신뢰를 모두 상실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퇴진을 거부하면서 차라리 탄핵을 하라며 시간 끌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난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지금과 같이 현직 대통령을 국민들이 물러나게 한 사례로 유의미한 것은 1960년의 4·19혁명일 것이다. 4·19혁명 당시 서울에서만 100여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진 끝에 이승만 대통령은 그해 4월26일 아침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국민적 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한 선언이었고, 실제로는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여 어떻게든 대통령직을 유지하려 했다.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기자회견들이 계속되자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 대통령의 고집을 알아챈 국회에서는 같은 날 만장일치로 ‘시국수습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서는 이 대통령의 즉시 하야, 부정선거의 재선거 등을 포함하여 당시의 시국을 정리할 간단명료한 내용이 제시되었다. 당시 국회는 시국을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대통령 하야와 시국수습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 셈이다. 이러한 결의안은 위력을 발휘하여 이 대통령은 결국 다음날 ‘국회의 결의를 존중하여’ 사임하겠다는 사임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위기를 돌아보건대 국민이 사실상 대통령을 탄핵한 상황에서 국가를 수습할 중임은 국회에 있다. 국회는 국민의 주권을 대리하는 기관인 만큼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질서 있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결의안, 곧 시국수습결의안을 작성하여 의결해야 한다. 국회에서의 이러한 결의는 4·19혁명의 전례가 있는 이상 박 대통령에게 큰 압박이 될 것이며, 잘되면 복잡한 탄핵절차 없이 국정을 수습할 계기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이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표를 결집시킨다면 곧바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시국수습결의안은 지금의 혼란한 정국을 풀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종원 |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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