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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기 청소년 713만명 중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은 약 40만명이다. 이 중 28만명은 소재 파악이 안되는 아이들이다. 매년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는 범죄청소년 4만여명 중 50% 이상이 학교 밖 청소년이다.

ㄱ군은 고교 1학년을 자퇴한 후 종합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인력사무실을 통해 현장에 가서 하루 12시간 야간작업을 하고 일당 8만원을 받는다. 한 달 전,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ㄱ군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길가에 버려진 오토바이에 불을 질렀다. ㄱ군은 법무부 대안교육 처분을 받고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세 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ㄱ군은 건설 일용노동자인 아버지와 살았다. 알코올중독인 아버지의 폭력과 방임으로 ㄱ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가출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다. 강제전학을 가게 된 ㄱ군은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ㄱ군은 근로계약서가 무엇인지 몰랐다. 어른들은 부당한 방법으로 ㄱ군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임금을 체불했다. ㄱ군의 방화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 대한 좌절과 분노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뚜렷한 장래계획이 없고, 경제관념도 희박하기 때문에 저축을 하거나 일을 계속할 의지가 비교적 약하다. 유해환경과 수시로 접촉하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비행 등 하위문화를 공유하면서 비행성이 더욱 심화된다. 브로커를 통해 구입하거나 위조한 주민등록증으로 술·담배를 사고, 차량을 렌트해 시내를 돌아다니다 사고를 낸다. 가출해서 돈이 떨어지면 휴대폰을 훔치거나 취객의 주머니를 털어 유흥비를 마련하고, 모텔을 아지트 삼아 성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소년사법정책의 방향은 응보주의가 아닌 회복적 사법이다. 회복은 관계의 회복을 말한다. 범죄는 관계를 깨뜨린 것이므로, 그 깨진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웃들의 관심이다. 소재 파악이 안된다는 학교 밖 청소년을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고 있다. 주유소, 편의점, 식당에서 언제나 마주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자. 학교로 돌아갈 기회를 주자.

최원훈 | 법무부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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