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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이 이렇게 무서운 병인가요? 남편이 1년 정도 투병하고 있는데 가슴뼈가 다 주저앉아 키가 13㎝나 줄었어요. 이제는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도 통증이 잡히지 않나봐요. 집이라도 팔아서 한 달에 1300만원 하는 신약으로 살리고 싶지만, 남편은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 생각해서 그러지 말라고 해요. 남편을 살리고 싶어요. 도대체 신약은 언제 건강보험이 되는 건가요?”

몇 달 전 다발골수종 투병 중인 남편을 둔 보호자가 다급하게 전화를 해왔다. 30대 후반 나이에 큰 병에 걸려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있어 어쩌나 싶었는데, 며칠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인과 어린아이들이 가장 없이 어찌 살아가야 하나 싶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지난 7년간 환우회를 이끌며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환우회 부고란에 새 소식이 올라올 때였다. 투병기를 공유하며 이겨낼 수 있다고 서로 응원하던 환우들이 갑자기 소천하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가슴이 찢어진다.

고형암은 수술로 암세포를 떼어내면 완치될 수 있지만, 혈액암은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몸 전체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하다. 다발골수종은 완치의 개념이 없어 상태가 호전됐다 하더라도 또다시 재발될지 모른다. 그래서 효과적인 치료제를 통한 치료와 유지요법이 중요한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단 2개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다발골수종 신약은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말리스트’ 같은 약제는 비급여로 치료받을 수 있다. 문제는 약값. 한 달 치료에 1300만원이나 들기 때문에 웬만한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 신약이 보다 빨리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된다면, 앞의 환자분도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아 아내와 두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기존 치료약에 모두 실패한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쓰는 마지막 신약인 포말리스트에 대해 약가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협상이 빨리 원활하게 마무리돼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낭비되지 않길 바란다. 적절한 시기에 신약을 쓰면 환자들은 더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가정과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현행 건강보험제도 안에서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의 기회를 얻고 소중한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백민환 |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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