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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동태찌개는 맛있다. 맑은 육수에 고춧가루만 풀어 바글바글 끓인 그 집 동태찌개는 차가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명태를 팔딱거릴 때 곧바로 얼려서 생선살이 탱탱하고 쫄깃하며 구수하다고, 맛깔나게 설명하는 유명인들이 단골인 집은 아니다. 그래도 늘 만석이었다. 식당 사장은 30년 넘게 동태찌개를 끓였다고 했다. 자신의 손맛에 자부심이 대단한 그는 손님들이 맛있다고 할 적마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념게장도 괜찮지 않아요? 싱싱한 게를 떼와서 내가 직접 무친 거예요.”

반찬으로 빠지지 않고 내놓는 게장도 맛있다. 저녁마다 이튿날 장사할 음식을 직접 다 준비해 놓는다는 그는 늘 느긋해 보였다. 점심 장사가 끝나면 그는 친구들과 식당 한쪽에 앉아 화투를 쳤다.

“내가 식당에 붙잡혀 꼼짝 못하니까 친구들이 놀아주는 거지.”

동태찌개가 끓고, 화투장을 맞추면서 어르신들이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를 들으면 세상살이 별 걱정할 게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 동태찌개집이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문을 닫았다. 사장이 암 수술을 해서 더는 장사를 못할 거라는 소문이었다. 지붕 낮은 기와집이었던 가게는 2층을 올려 붉은 제등을 내건 일식집이 들어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집으로 바뀌더니 그 집도 신통치 않았는지 해를 넘기기 전에 갈빗집이 신장개업 입간판을 세웠다.

이제는 칼칼하고 구수한 동태찌개도, 곱게 화장한 얼굴로 손님을 맞던 그도 못 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 식당이 모여 있는 건물 2층에 동태찌개집 간판이 내걸렸다. 혹시나 싶어 가보니, 카운터에 그가 서 있었다. 수척해졌지만, 여전히 고운 모습이었다.

“수술이 잘되었다고 하니까 단골손님들이 하도 성화를 해서 다시 문을 열었어요.”

그는 소문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오는 손님들을 보면서 헛살지 않았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의 삶과 사람들의 정이 녹아있는 동태찌개는 여전히 맛있다. 아,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한 봄에는 동태찌개가 딱인데….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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