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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짜리 조카는 직접 찍은 영상을 종종 유튜브에 올린다. 대개 자신의 학용품이나 인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여섯 살 어린 동생 생일에는 ‘동생의 인생’이라는 제목을 달아 동생의 커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편집해 올리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요즘 애들은 참 재미나게 노는구나 싶었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게 키즈 크리에이터고, 커서도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는 게 꿈이란 말에도 대통령이나 과학자를 꿈꾸던 시절보다 크리에이티브해졌구나 싶었다.

하지만 며칠 전 15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한다는 동영상을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예닐곱 살쯤 되는 여자아이와 그의 아빠였다. 긴 머리를 땋은 가발에 여자 옷을 입은 아빠는 딸아이와 나란히 앉아 화장을 했다. 둘 중에서 더 예쁘게 단장을 한 사람이 왕자한테 선택받는다고 말하는 아빠는 능숙하게 화장을 했다. 화장하는 놀이는 대개의 여자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해보는 것이니, 아빠가 참 친절하게 아이 눈높이에 맞춰 놀아 주는구나 싶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아빠의 놀이는 단순히 놀이가 아니라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화장품을 홍보하는 돈벌이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꿈을 꾸는 이유 중에 하나는 돈 때문이기도 하다. 돈이면 뭐든 다 된다고 믿는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아이들이 부자를 꿈꾼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이들이 돈벌이로 유튜브에 뛰어들고, 어른들은 버젓이 아이들을 이용하는 게 괜찮은 걸까? 딸에게 왕자한테 선택받으려면 곱게 화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아빠를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들 때, 지인이 헤어 메이크업 일을 하는 이의 SNS 글을 보내줬다. 그는 더 이상 아동 모델들에게 화장해 주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동들에게 성인 여성과 같은 스타일링하는 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실제 화장품 세트가 되어버린 사실이 괴이하다 느껴왔습니다.”

괴이한 일을 괴이하게 볼 수 있으며, 그걸 말할 수 있는 어른이 아직 있었다. 아니 어른이라면 그래야 한다.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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