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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의 리벳구조 ⓒ이영준

지금은 웬만한 철구조물은 용접하거나 볼트로 체결하지만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리벳을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항공기는 지금도 리벳을 써서 조립하지만 20세기 초에는 배나 교량 등 큰 구조물을 만들 때 주로 리벳으로 조립했다. 리벳을 써서 조립하려면 두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먼저 조립할 두 장의 철판의 같은 위치에 구멍을 뚫는다. 구멍을 관통하여 빨갛게 달군 리벳못을 집어넣고 반대편의 작업자가 해머로 쳐서 못대가리를 납작하게 만들면 식은 리벳은 수축하여 두 장의 철판을 강하게 물고 있게 된다. 20세기 초 리벳은 강력한 조립수단이었으나 단점도 있었다. 1911년에 건조된 타이태닉은 빙산과 부딪치면서 선체 외벽이 충격으로 뜯어졌고 두 철판을 붙들고 있던 리벳은 단추가 뜯어져 나가듯이 일제히 떨어져 나갔다. 타이태닉은 그 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와 가라앉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타이태닉이 요즘의 용접기술로 만들어져 있었다면 가라앉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역사에 가정은 없는 법.

사실 타이태닉은 첫 출항 때 침몰한 비극의 배이기는 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많이 받은 근대성의 총아이기도 했다. 타이태닉에 사용된 철판이나 리벳은 당시로서는 최고 품질의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빙산이라는 복병을 견딜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리벳은 근대 초기 산업이 무럭무럭 성장하면서 도시의 모습을 급격히 바꾸던 시대의 상징이었다. 뉴욕이나 런던같이 당시 활발하게 발달한 도시에서는 아직도 리벳으로 조립된 구조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뉴욕의 많은 지하철역 안에 있는 쇠기둥은 다 리벳으로 조립돼 있으며 교량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근대성의 흔적을 재빨리 지워버린 한국에선 리벳으로 된 구조물을 보기 어렵다.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곳은 1917년 준공된 한강대교, 남영역 교차로의 철교이고, 부산의 영도대교 일부가 기념으로 남아 있는 정도다. 타이태닉과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 한강대교는 1925년의 을축년 대홍수 때 한 번 끊겼었고, 한국전쟁 때 폭파됐으나 지금은 복구되어 리벳구조를 뽐내며 굳건히 서 있다.

<이영준 기계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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