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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3년 전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벌써 두 달째 홍역을 치르고 있고, ‘성착취 n번방 사건’으로 세상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요즘 3년 전의 일을 기억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맞는 최대의 위기인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고,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올해 안에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런 매우 위중한 상황임에도 3년 전의 오늘, 그러니까 2017년 3월31일의 일을 기억해보려고 한다.

봄날이 가까워오면 잠 못 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다. 벚꽃이 활짝 피던 봄날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을 실었던 세월호는 3년 뒤 금요일에 돌아왔다.

3년 전 오늘 새벽에 안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버스를 타고 목포로 향했다. 그날 새벽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그날 점심 무렵에는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왔다. 3년 동안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어서 시뻘겋게 녹이 슬고, 선체에는 따개비를 비롯한 조개류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었고, 인양 작업 과정에서 파이고, 긁히고, 곳곳에 뚫린 구멍들… 처참하게 훼손된 모습이었다.

목포신항에 들어오는 배를 보자, 엄마들이 통곡했다. 부두의 바닥을 치면서 이 세상 사람들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소리로 울어댔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한 엄마가 “아이들이 금요일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켰어요”라고 말했다.

그 뒤에 선체는 다시 훼손되었다. 차량과 짐들로 엉켜 있고, 거기에 개흙이 들어차 있어서 안의 차량과 짐들을 끄집어낼 수가 없었다. 그러니 다시 우현 쪽을 뚫고 잘라내서 작업공간을 만들었다. 미수습자를 수색했고, 다음해에는 선체를 바로 세웠다.       

바로 세워진 선체에 처음 들어갈 때, 선체 안의 벽들은 대부분 뜯어지고 철거되었지만, 방의 흔적들은 남았다. 구조를 기다렸던 승객들, 창을 두드리면서 살려달라고 했을 당시의 상황들이 떠올라서 쉽게 그 배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올해 세월호 참사 6주기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추모행사는 생략하고, 유가족과 관련 단체 관계자들로 조용하게 치러진다. 그런다고 세월호 참사를 잊을 수는 없다. 아직 우리는 세월호 참사 당시 왜 승객을 적극적으로 구하지 않아서 304명이 죽었는지, 세월호는 왜 J자를 그리며 침몰했는지 모른다. 왜 그토록 지독하게 박근혜 정부는 진상규명을 방해했을까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듣지 못했다.       

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고, 검찰이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수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런 핵심적인 진실들이 밝혀질 것인지에 대해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3년 전 오늘, 지구 반대쪽 남대서양에서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 브라질에서 2500㎞나 떨어진 곳이고, 그 바다의 깊이는 3000m도 넘는다. 그 배는 26만t의 철강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에 변을 당했다. 24명의 선원 중 필리핀 선원 2명만 탈출해서 목숨을 구했고,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은 지금까지 실종 상태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침몰한 여객선을 인양해서 미수습자를 수색하고 침몰 원인을 지금까지 밝히는 게 세월호 참사가 처음이었는데 스텔라데이지호는 너무 먼 바다에 침몰했다. “유가족이 될 수조차 없는”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10만명 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고, 지금은 매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으로 등재된 이 사건에 대해서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2월에는 심해수색 작업이 단행되었다. 다른 나라의 해역에서 침몰한 배에 대한 대한민국 최초의 심해수색이 이루어졌다. 심해수색에 나선 업체는 해역에 다가간 지 3일 만에 선체를 발견했다. 유골로 보이는 뼈도 발견했고, 작업화와 작업복으로 보이는 물체도 확인했다. 그런데 그 업체는 블랙박스만 회수한 채 그냥 철수했다. 유해 수습 등은 과업지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정부가 업체와 계약을 잘못 맺은 탓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침몰 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을 위한 2차 심해수색 예산을 요구하여 마침내 100억원의 예산 투입을 약속받았다. 그렇지만 막판에 기재부의 반대로 예산은 0원이 되고 말았다. 100억원에서 0원, 정부 관료들은 지구 반대편의 먼바다, 심해에 가라앉은 화물선의 침몰 원인 분석과 유해 수습의 선례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소속의 화물선 스텔라배너호가 광탄석을 싣고 브라질 해역을 항해하던 중 선수 부위가 침수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폴라리스쉬핑사 소속의 화물선들은 노후 선박을 일본에서 들여와 화물선으로 개조해 운항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일들이 있음에도 선사는 선체보험금으로 440억원을 수령했고, 선사 회장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뿐이다.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려는 이런 대응 태세, 그리고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이런 관행들이 결국 우리나라를 재난 공화국으로 머물게 하고 있다.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의 절절한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화물선과 승객을 실은 세월호와 같은 여객선들이 언제 다시 침몰할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은 건가? 그러고도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안전은 비용이 아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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