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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어느덧 2개월째다. 몸은 강의실에 모여 있되 마음은 스마트폰 속 관계와 정보에 연연하는 학생들을 다잡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은 자연스레 잊혔다. 몸은 흩어져 있지만 마음이 한곳에 집중하고 있는 반대 상황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평소 몸에 새겨지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예술교육자의 입장에서 접촉의 인간관계가 접속으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 흐름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그 부분 또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화상수업의 긍정적 측면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 각자와 동등한 거리에서 만난다는 점이다. 앞줄을 텅 비워 놓고 중간쯤부터 앉는 학생들과의 물리적 거리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과제로 수행한 각자의 시각적 결과물을 누구나 자기 코앞에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대면 방식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문화예술교육계는 비대면 사회의 장기화로 인해 급하게 부여된 미션을 수행하느라 분주하다. 예산지원 사업의 조건이 달라지고, 관련 주체들의 자발적 시도들이 매우 활발하다. 특히 예술(학)계에선 저작권을 포기하고 온라인 전시, 공연을 선보이며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기회로 삼고 있으며, 나아가 온라인 콘텐츠이기에 가능한 고유의 가치와 지향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기치 않게 잠시 멈춘 이 재난의 시기는 그간 쉼 없이 현장 중심으로 달려오면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삶과 예술과 기술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실용적인 사유를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일상 속에서 넓게 활용되면서 육안으로 보는 세상보다 디지털 기술을 거쳐 접하는 세상이 더 스펙터클하고, 생생해 보이는 등 우리의 경험을 구성하는 통로들은 이미 많이 변해 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 또한 기존의 소통과 경험의 방식을 넘어서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앞으로는 몸이 직접 겪는 경험의 양보다 간접적 모의경험이 훨씬 많아질 것이기에, 이런 경험 방식 사이의 불균형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몸을 부딪치는 삶의 문제보다 정보기술 환경에서의 삶의 문제를 다루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년 5월 넷째 주는 201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한국이 제안해 세계에 선포되면서 시작된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다.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교육자와 관계자들이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삶에 대한 논의와 체험을 나누는 주간이다. 물론 올해는 지난해까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온라인에 접속해서 문화예술교육 현황과 미래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문화예술교육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삶에 대한 관점과 철학이 필요해졌다. 삶에 대한 사유의 폭을 인간과 인간관계를 넘어서 인간과 기술, 인간과 생태로 확장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계의 모든 실행가, 전문가, 정책가들이 모여 고민해야 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정원철 | 추계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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