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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육식을 즐긴다. 가난했던 1980년대에는 잔칫날에나 겨우 고기 구경을 했던 데 반해 현재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요리와 식재료로 육류를 접할 수 있다.

육류 소비 수요에 맞춰 가축 사육두수도 급증했고, 필연적으로 가축분뇨 발생량 또한 급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삼겹살이 서민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며 돼지 사육두수는 2017년 1051만4000마리로 1990년 대비 132% 증가했고, 돼지분뇨 발생량은 같은 기간 약 1915만t에 달한다.

가축분뇨는 적정하게 관리하면 비료로 활용해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토양 개량에 기여할 수 있지만, 부적정하게 처리하면 하천과 지하수, 토양 등을 오염시키고, 악취의 원인이 된다. 고농도, 난분해성 성질을 지닌 돼지분뇨는 상수원으로 흘러갈 경우 식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환경부는 가축분뇨 관리를 위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법에 따라 가축분뇨는 공공수역에 유입되지 않도록 정화처리하거나 퇴비, 액비,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자원화 또는 적정 처리해야 한다.

가축분뇨 처리통계에 따르면 약 100개의 공공처리시설을 통해 일평균 9900t의 정화처리와 일평균 13만t의 자원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가축분뇨를 자원화 또는 정화하지 않고 불법투기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처리하는 부적정 사례가 여전히 발생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고의로 법을 어기는 경우도 있지만, 불법인지 알지 못하거나 사업장 여건상 법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히 나타난다.

새로운 법과 제도의 도입에는 항상 어려움이 따른다. 2017년에 있었던 제주도 숨골 가축분뇨 무단배출 사례는 적극적인 제도 이행을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를 말해준다. 당시 일부 돼지 사육농가가 비양심적으로 가축분뇨를 무단배출해 숨골의 지하수는 물론 생태보호지역인 곶자왈까지 오염시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훼손된 용암동굴을 복원하려면 수십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축산농가 및 처리업체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사업장들의 배출 신고 및 액비 사용량 등록 등의 편의를 위하여 가축분뇨 및 액비의 배출, 수집, 운반, 처리의 전 과정을 전자인계관리시스템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경제활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납세, 법규 준수는 물론 환경에 대한 책임도 뒤따른다.

3월22일은 세계 물의 날로 물의 소중함을 인류가 함께 인식하고자 유엔에서 제정한 날이다. 국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식생활을 위해 제공되는 육류의 생산과 공급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돼지농가와 가축분뇨 처리시설에서 가축분뇨관리시스템에 적극 참여하고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장준영 |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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