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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원도 서울이 꼭 한 번 돼 봤으면 좋겠군요.”
‘해마다 서울을 옮기자’는 김석은 이사장에게 문화수도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제가 한 말입니다. 남원이 문화수도가 못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게 가르쳐 주고 키워준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남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모(강금순)에게 가야금 풍류를 배우면서 국악에 입문했습니다. 열아홉 살에 상경할 때까지 외삼촌(강도근 판소리 인간문화재)과 주광덕 은사님에게 판소리,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배웠습니다. 태평무 인간문화재인 강선영님도 저의 이모입니다. 오늘의 제가 있게 된 것은 모두 남원에서 보고 배우고 익히며 재간둥이 소녀 명창으로 귀여움을 받은 덕택입니다.
“그러십시오. 언젠가 ‘문화서울 남원’에서 완창무대 가지시길 바랍니다.” 이 시원시원한 대답이 실현되기를 기다립니다. 저는 문화수도사업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유럽에선 1985년 그리스 아테네를 시작으로 ‘유럽의 문화수도’ 사업을 해왔답니다. 아랍은 1996년 이집트 카이로, 중남미는 2000년 멕시코 메리다를 시작으로 해오고 있고요. 해외의 사례를 공부하긴 했으나 한국에 맞게 기획된 이 사업의 독창성 중 하나는 콘텐츠의 이동입니다. 서울이나 다른 곳에서 하던 공연, 전시, 잔치들을 ‘올해의 문화서울’로 옮겨서 해보자는 겁니다.
2016년 아시아 최초의 문화도시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후보도시로 초대된 곳은 수원, 시흥, 제주도입니다. 협의의 과정을 거쳐 4월 말에 역사적인 첫 ‘코리아 문화수도’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코리아 문화수도로 첫발을 내디디면 남북한, 아시아 문화수도를 향한 여정도 같이 시작하는 것이 됩니다.
남원을 대표하는 남원 목기(왼쪽)와 남원 추어탕 (출처 : 경향DB)
문화로 일 년 내내 흠뻑 젖게 하는 것은 단순히 문화를 향유시켜 주는 것만이 아니랍니다. 유럽에서 문화수도가 됐던 도시는 1유로 투자로 8~10유로의 수익을 가져왔다는군요. 문화는 도시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데 엄청 큰 효과가 있다는 거지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고은 시인, 이순재 배우, 김원 건축가 등 원로 문화예술인과 양방언, 오성윤 등 젊은 예술가들이 이미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꼭 유명 예술인이 아니어도 됩니다. 모든 국민이 시인이고 화가인 나라가 한국이기도 하지만, 문화수도사업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참여’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한 말씀 드립니다. 지난해 7월 덕담을 녹화하러 왔길래 저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어 들려주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코리아 문화수도’로 찾아보시고 제 소리를 따라 부르시거나 더 멋진 노래, 음악, 영상을 올리면서 이 사업에 추임새를 넣어주십시오. 저마다 흥을 내며 참여하면 고향을 살리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니 참 재미있고 멋지지 않습니까.
안숙선 | 국악인·코리아문화수도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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