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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던 15년 전, 국회에서 진행한 공모전에서 ‘육아수당’ 지급과 ‘산모카드’ 발급을 제안해 ‘기발하다’는 이유로 우수상을 받았다. 사실 그때는 몰랐다. 육아가 무엇인지.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여섯 살 아이와 함께하니 이제는 조금 알겠다. 육아가 무엇인지.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가 마흔 살의 어느 날 ‘육아휴직’을 하고, ‘육아일기’까지 쓰게 되었다. 2020년에는 ‘아빠 육아휴직’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2018년 육아휴직자 수는 9만9199명이며 그중 남자(아빠)는 1만7662명으로 전년 대비 46.7% 증가했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4.7%, 남자(아빠)는 1.2%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빠 육아휴직자의 절대적 증가는 환영할 일이지만, 육아휴직 사용률의 상대적 빈약함은 생각해볼 문제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휴직 중의 경제적 부담과 복직 후의 사회적 시선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도 휴직 후 처음 몇 달은 괜찮았지만 석 달째부터 급여명세서에 쓰여진 ‘0’이라는 숫자를 체감했다. 당시 고용보험에서 지급된 육아휴직 급여(첫 석 달은 112만5000원, 네 달째부터 마지막 달까지는 75만원)로는 3인 가족이 살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컸다. 내가 소속된 회사는 그렇지 않지만 아직 아빠의 육아휴직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8년 4월에 시작해 2019년 3월에 끝난 1년의 육아휴직은 아이와 바짝 곁에 붙어 함께할 수 있는 날들이었다. 다섯 살 아이가 성장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처음’을 함께할 수 있었던 그 뭉클함. 어른들에게는 정말 단순한 것이지만 혼자 이닦기, 혼자 응가하기, 혼자 밥먹기…. ‘혼자’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아이의 작은 행동들은 육아를 하는 아빠에게 커다란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 밖에 아이와 함께한 이런저런 기억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오롯이 남겨졌다.

휴직 중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을 얘기하면, 먼저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에 육아와 관련된 정보는 많지만 자신의 상황에 딱 맞는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육아와 관련된 책도 읽어보고, 논문도 찾아보았지만 그때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내 아이에게도 적용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엄마들은 또래 엄마들, 산후조리원 동기 엄마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고충도 나눈다지만 아빠들은 또래 아빠들을 찾기가 쉽지 않고, 아직 아빠의 육아에 관한 콘텐츠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에 개선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미술관이나 도서관 같은 공공기관들은 월요일마다 문을 닫아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까닭에 대부분의 직장인이 월요일을 싫어하는 것처럼, 육아휴직 중인 아빠도 월요일이 싫었다. 공공기관 등 공적 시설의 운영에 대한 사회적 탄력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 장난감 구입비가 만만치 않으니, 정치기부금이나 도서구입비처럼 장난감 구입비도 일정 부분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해주면 어떨까 제안한다.

솔직히 육아휴직 전에는 아이가 스스로 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짧게라도 육아휴직을 해보니 육아에 아빠의 자리는 반드시 존재한다. 복직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1년의 육아휴직은 삶을 조금 깊게, 조금 다르게,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 본 날들이었다. 다시 한 번 2020년에는 아빠 육아휴직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하며, 단 한 명의 아빠라도 조금 더 아이와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임석재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 <아빠의 육아휴직은 위대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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