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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11월4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의 ‘공관병 갑질’ 등 비행을 폭로한 바 있는 군인권센터 소장을 비난하면서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박 전 대장의 망언은 일파만파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급기야 황교안 대표가 “정말 귀한 분”이라고 극찬하며 자유한국당 ‘인재영입 1호’로 정했던 박 전 대장의 영입 기도는 급전직하 낭떠러지에 추락한 형국이 되었다. 

삼청교육대는 신군부가 저지른 미증유의 인권유린이며 학살극이다. 이는 이미 삼청교육진상규명전국투쟁위원회의 투쟁을 통해 결성된 국회 5공비리 제3소위 활동과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또 2006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도 ‘삼청교육대사건 진상보고서’를 통해 삼청교육대의 설치가 불법이며 인권유린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거사위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람 6만755명 중 전과가 없는 경우가 35.9%에 달했다”며 “불량배 소탕이라는 명분과 달리 다수의 억울한 피해자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 “입소자 중에는 중학생 17명을 포함해 학생이 980명이나 끼어 있었고, 여성들도 319명이나 끌려갔다”고 했다. “몸에 새를 그려 놓은 문신이 있으면 새를 잡는다고, 호랑이 문신이 있으면 호랑이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몽둥이로 집중적인 구타를 당했다”거나 “한겨울 새벽에 연병장에 알몸 상태로 집합시켜 물 묻힌 빗자루로 물을 뿌린 뒤 움찔거릴 때마다 몽둥이 구타가 이어졌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삼청교육 기간 중 사망자는 총 5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최소한 4명 이상은 폭행 등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 삼청교육 피해자는 3만9742명에 달한다. 그리고 피해자 대부분은 현재도 불량배, 사회악이라는 차별적 인식으로 인한 ‘사회적 형벌’을 받고 있다는 게 과거사위 발표 내용이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한 살상행위를 극기훈련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전 육군대장의 반역사적, 반인권적 언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사의 최대 인권유린 사건인 삼청교육대의 야만성을 그는 누구보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터이기 때문에 더더욱 분노가 치민다. 

박 전 대장은 제5공화국에서 승승장구하여 출세 가도를 달리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대장 지위에 올랐다. 그는 별 넷의 육군대장 신분으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에 간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자신의 사병(私兵)으로 부려먹다가 영원한 주홍글씨 ‘공관병 갑질’의 오명을 가지게 되었다. 황 대표는 5공 시절 공안검사 출신으로 승승장구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은전에 의해 국무총리가 되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엔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바 있다. 박 전 대장과 황 대표는 같은 5공 출신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고, 나이도 한 살 차이이며, 개신교 장로라는 공통점도 있다. 공관병 갑질도 모자라 반성은커녕 자신의 비위를 터뜨린 사람에게 “삼청교육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보복적 언사를 한 박 전 대장이나 이런 자를 “정말 귀한 분”이라며 칭송한 황 대표의 언행은 공통적으로 저급한 그들의 의식 수준과 과거 5공세력의 역사관이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이란성 쌍둥이의 행태는 악명 높은 5공 시절의 데자뷔를 느끼게 한다. 아서라, 한번 돌아간 물레방아는 되돌리지 못하는 법이다. 한껏 자기들만의 부귀영화를 누렸던 5공 시절로 회귀하려는 수작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민중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정인수 | 전 삼청교육진상규명 전국투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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