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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전은 내진설계의 기준이 되는 최대지반가속도를 규모 6.5 지진에 대해 0.2g로, 규모 7.0 지진에 대해 0.3g로 하였다.
최대지반가속도는 내진설계를 할 때 실제적인 지진력을 중력가속도(g)의 배수로 표현한다. 원전 내진설계의 기준인 최대지반가속도 값은 제대로 산정된 걸까? 외국 원전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와 최대지반가속도를 보면, 규모 6.5=0.2g, 규모 7.0=0.3g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일본 니가타에서 발생한 규모 6.8 지진은 가시와자키 원전으로부터 16㎞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고 진원지가 지하 17㎞였으나 가시와자키 1호기의 최대지반가속도는 0.69g나 되었다. 즉 규모 6.8 지진인데도 0.69g의 최대지반가속도 값이 측정된 것이다. 이처럼 지진의 규모뿐만 아니라 발생 깊이, 거리, 지질 등에 따라 최대지반가속도 값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최대지반가속도를 제대로 산정하기 위해서는 지진 발생 지점에서 원전까지 지진에너지가 오는 동안 에너지가 줄어드는 감쇠효과와 오히려 에너지가 늘어나는 증폭효과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증폭효과가 무서운 것은, 지진 인근 지역보다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증폭효과가 일어난 곳에서 오히려 지진에너지가 몇배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85년 멕시코의 규모 8.2 지진은 멕시코시티를 초토화시키고 1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멕시코시티는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350㎞나 떨어져 있었으나 지진파가 증폭되어 큰 건물들이 붕괴되면서 피해가 컸다.
멕시코시티가 진원에 가까운 곳들보다 피해가 훨씬 컸던 것은 ‘증폭효과’ 때문인데, 지진파가 단단한 바위는 빠르게 지나가지만 퇴적지형에 닿으면 지진파가 갇히면서 에너지가 큰 진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멕시코시티 건물을 무너뜨린 지진파는 도시 외곽지역 지진파보다 5배나 컸다.
이번 포항 지진의 경우에도 진앙지인 흥해읍이 퇴적분지여서 지진의 진동을 증폭시켜 더 큰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국내 원전의 경우 최대지반가속도 값을 정할 때 이런 지진의 증폭효과는 고려되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하면 퇴적층이나 연약 지반의 경우 증폭효과가 커지는데 부산, 울산 등 경상도 해안가 일대는 수만년 동안 하천의 범람으로 퇴적물이 쌓여 땅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일대에 국내 원전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이다. 월성원전 인근 지역인 감포지역도 수백m의 퇴적층이 발달한 퇴적분지라고 한다. 만약 월성원전 인근 양산단층에서 규모 6.5 지진이 발생하고, 그 지진파가 원전 부지에서 증폭될 경우 최대지반가속도는 0.2g를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월성 1·2·3·4호기 원자로는 0.2g 이상의 내진기준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380개의 압력관으로 구성된 월성 1·2·3·4호기 원자로의 내진기준을 강화하려면 380개의 압력관 두께를 다 높여야 하는데 그러자면 원자로를 새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월성 1·2·3·4호기는 중수를 냉각재로 쓰기 때문에 사고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그대로 대량으로 유출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한반도 동남권 지진은 경주지역 일대에 집중되어 75회나 발생했으며, 수정 메르칼리 진도 Ⅷ(규모 6.0, 0.24~0.44g)에 해당하는 파괴적 지진이 경주에서 10회 발생했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런 대규모 지진은 대규모 단층인 양산단층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양산단층 말고도 월성원전 부지 주변에는 1.8㎞ 거리의 읍천단층과 5㎞ 거리의 수렴단층 등 활성단층이 너무 많다. 높은 인구밀도와 주변의 산업시설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원전사고가 나면 나라가 망할 정도의 재앙이 된다.
월성 1·2·3·4호기부터 하루빨리 폐로해야 한다.
<김영희 |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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