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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검찰이 적폐청산을 위한 수사로 매우 바쁘다. 과거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검찰에 있어서도 수사방법에 잘못된 점이 있다. 적폐청산 차원에서 이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에서 수사하는 방법 중 이른바 ‘타건압박수사(他件壓迫搜査)’라고 하는 것이 있다. 이것은 검찰이 원래는 A 범죄(본건·本件)에 대하여 수사하고 싶은데 그에 관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단 B 범죄(타건·他件)에 대하여 먼저 수사하여 증거를 확보하고, 그와 같이 확보한 B 범죄(타건)에 대한 증거를 내세워 피의자를 비롯한 사건관계인을 대상으로 원래 목표로 하였던 A 범죄(본건)에 관하여 수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강압적으로 때로는 회유적으로 때로는 강압적이면서도 회유적으로, 심리적·정신적 압박을 가하여 자백과 같이 검찰에 유리한 진술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위 공직자에 대한 뇌물 사건(본건)을 수사하고 싶을 때, 뇌물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기업인에 대하여 그 회사와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여 횡령죄(타건)의 증거를 확보한 다음, 그 기업인을 상대로 횡령죄의 증거를 들이대며 고위 공직자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자백하라고 강요하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방식의 타건압박수사에 대하여, 법원은 타건압박수사 그 자체의 적법성 여부는 따지지 않고, 그저 피의자를 비롯한 사건관계인이 검찰에서 본건과 관련하여 진술한 내용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만 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타건압박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타건과 관련하여 확보한 증거를 내세우며 본건에 대하여 검찰에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게 되는데, 바로 이 대목에서 형법상 가혹행위에 해당하는 불법수사가 행하여질 가능성이 높으며, 심리적·정신적 압박을 당한 피의자가 벼랑 끝에 몰린 나머지 “한강 다리로 가는”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건압박수사는 이른바 ‘피의자 면담’과의 결합을 통하여 완성된다. ‘피의자 면담’이란 ‘피의자 신문’과 차별화하기 위하여 검찰에서 독단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피의자 면담은 피의자를 신문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의 요지다. 그렇지만 검사가 피의자를 상대로 문답을 한다는 점에 있어 피의자 신문과 피의자 면담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이상, 검찰 마음대로 피의자 면담이라는 이유로 변호인 참여권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권 내지 참여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와 같이 검찰은 변호인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상태에서, 무기력한 피의자를 상대로, 타건에 있어 피의자의 형사처벌을 내세우며 압박을 가하거나 회유를 하거나 하는 등으로 본건에 관하여 자백하도록 강요하게 된다. 그러나 피의자 면담과 결합된 타건압박수사는 불법적인 수사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와 같은 수사는 헌법상 보장된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고 있다. 둘째, 이와 같은 수사는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권 내지 참여권을 무시하고 있다. 셋째, 이와 같은 수사는 형법상 규정된 범죄인 가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신체적·물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고문이 범죄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심리적·정신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행위 역시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는 범죄인 가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위와 같이 검찰에 압박 내지 회유를 당하여 행한 피의자의 진술, 즉 고위 공직자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이 과연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압박과 회유를 당한 피의자가 자기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모면하고자, 진실과는 다르게 허위로 진술하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애꿎은 제3자가 억울하게 처벌받게 된다. 검찰은 자신들이 그린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는지 모르겠으나, 그 시나리오가 진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검찰은 그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오늘도 타건압박수사와 피의자 면담을 통하여 진술을 강요하고 있다.

수사는 ‘잘’ 하는 것보다 ‘바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에서 행하고 있는 타건압박수사와 피의자 면담은 명백한 불법적인 수사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적폐를 청산한다는 차원에서 검찰 스스로 불법적인 수사방법은 과감히 금지하고 폐지하여야 할 것이다.

<임수빈 |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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