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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4차 산업혁명이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의 알파고 충격에 이어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각 당의 후보들이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적임자임을 자부하는 공약과 정책을 내놓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도착해 있는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특히 교육분야에서는 교육과정 개편의 명분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이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본 개념의 정리가 명확지 않아 주장하는 사람들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 혁명이었던 1차 산업혁명, 전기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이었던 2차 산업혁명에 이어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을 3차 산업혁명이라 하고,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3D프린터, 로봇공학 등의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한다는 설명이 가장 일반적이기는 하다.

이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2016년 제46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인공지능이나 3D프린터와 같은 핵심 주제들이 지난 3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약간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장밋빛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특히 논란거리다. 과거 1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삶에 필요한 자원이 대량생산되었고, 2차 산업혁명은 세탁기로 대표되는 노동의 변화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으며, 3차 산업혁명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의 유통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벌써부터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이나 마트 등에서 단순한 주문이나 계산 등과 같은 반복 노동 업무는 기계가 대신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혁명적인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우리나라 교육분야의 노력은 이제 겨우 ‘코딩교육’에 첫발을 떼고 있는 수준이라서 정말 안타깝다. 게다가 일방적 주입식 교육을 대신하는 창의적 참여학습을 하는 대다수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와는 달리 적지 않은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수업의 변화와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이 아직까지도 ‘애물단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대학 입시도 창의적인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수용하는 것이 최선의 입시방법론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창체활동(창의적 체험활동)까지도 ‘잘 만들어진’ 커리큘럼에 학생들이 ‘잘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들이 학교 현장에서는 완고하게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학교 현장의 발걸음이 학교 밖 사교육계 입장에서는 고맙기는 하다. 요즘 중학생 대상 학원들은 운영이 정말 어렵지만, 고등학생 대상 학원들은 아직 버틸 만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게다가 학교에서 큰 관심이 없는 창체활동의 방법론을 도와주는 교육상품도 쏠쏠하다. 하지만 이렇게 안주하다가는 사교육계도 학교처럼(?) 될 것 같다는 자성론과 변화의 몸부림도 있다. 교육계에서 누가 먼저 혁명적으로 변화하게 될지 그 결과가 정말 궁금하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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