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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15일 광복절을 전후해 또다시 정치권에서 건국일 논란이 일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1948년 건국일이 정론이다. 그러나 소수가 1919년이 건국일이라고 생각하니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인 15일, 1948년 9월1일 발행된 ‘대한민국 관보 1호’에 ‘대한민국 30년 9월1일’로 돼 있는 것을 상기시키며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당시 우리 정부의 뜻이 그러했다는 것”이라며 이승만 정부마저도 상해임시정부의 1919년 건국일을 따랐음을 강조했다.

과연 건국일 논란은 지금 ‘토론이 필요한 사안’인가? 아니다. 필자는 대한민국 현행 헌법의 헌법적 가치와 정신을 따르느냐 마느냐, 즉 ‘헌법준수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1919년 4월11일 임시정부에서 제정된 대한민국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국가 이름 그리고 군주제와 단절하고 ‘민주공화제’를 처음으로 채택하였다. 일본 식민지 해방 후 제헌국회는 1948년 제헌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여 임시정부를 따랐다. 현행 헌법도 마찬가지다.

현행 헌법의 ‘헌법전문’에는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전까지 헌법들의 헌법전문에서는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1987년 최초의 여야 합의 헌법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였다. 그 의미는 1919년 임시정부의 법적 정통성을 헌법적으로 인정하고 우리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헌법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즉 우리의 현행 헌법은 상해임시정부가 국가의 3요소(국민, 영토, 주권)가 완결되지 않았음에도 1919년 임시정부에 ‘법적 정통성’이 있음을 헌법적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1919년 건국일’의 헌법적 근거다. 따라서 현행 헌법하에서는 ‘1948년 건국일 주장’은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1948년 건국일’ 논란과 함께 이야기되는 주장이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인정 여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권이 회복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은 아니다. 당시 국회에서 선출된 간선제 대통령이었다. 1948년 이승만 정부도 임시정부를 계승한 민주공화국 30년에 취임한 정부임을 당시 관보를 통해 스스로 인정했고, 우리 헌법이 1919년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했다고 선언한 터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라 부르는 것 역시 현행 헌법에서는 인정될 수 없다. 또한 현행 헌법의 헌법전문에서 “우리 대한국민은 (…)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0년 4·19의거는 국민적 저항이었고, 우리 헌법은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와 부정부패를 한마디로 ‘불의’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이 ‘불의’로 규정한 상황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태도는 현행 헌법과 괴리가 있다.

‘헌법전문’도 헌법적 규범력이 있다. 모든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은 헌법전문을 따라야 한다. 정당과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회법 제24조는 국회의원에게 헌법을 준수할 것을 선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헌법개정과 법률제정의 한 주체인 국회의원과 정당이 나서서 헌법을 부정하는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

헌법은 국가와 국민 간의 약속이다. 현행 헌법하에서 ‘1948년 건국일’과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주장은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반헌법적·헌법파괴적 발상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역사는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시작되었다. 그게 지금 누구든지 따라야 할 우리 현행 헌법의 약속이다.

<남경국 쾰른대 법정책연구소 연구원·연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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