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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현재 중3부터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17일 발표했다. 대입 개편방안으로 대학의 수능 전형(정시) 비율을 30% 이상 확대하고, 수능 절대평가 과목에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하며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시킨다는 게 골자다. 또 고교교육 혁신을 위해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를 점차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며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본격 시행한다는 안도 들어 있다.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교육부는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의 결과와 국가교육회의 권고안 등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의 원칙과 철학은 보이지 않고 땜질과 눈치, 봉합으로 얼룩진 개편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학의 정시 비율을 30% 이상 확대하라는 개편안은 사회 일각의 정시 비율 확대 여론과 대학의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절충안으로 보인다. 현행보다 정시 비율을 10%포인트 이상 높이라는 권고안이 현실화되면 수능 위주 입시교육을 부추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초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에 포함시킨 것은 수학·과학계의 반발을 수용한 결정이다.

정부가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하면서 교육 혁신정책은 실종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2015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인문·자연과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 학생참여형 수업으로 변경해 나가겠다는 교육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 체제 재편 등 과정 중심의 혁신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22년부터 전면 시행키로 했던 고교학점제는 2025년 이후로 미뤄졌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헌법재판소에 제동이 걸리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오히려 정시 모집 확대로 이들 고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 수 있다. 수능 위주의 대입제도와 고교혁신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됐다.

이번 대입 개편안은 한국 교육의 거대한 후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새로 마련한 대입 개편안으로는 학교교육 정상화도, 창의적인 인재 양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수능 개편을 유예하면서 1년에 걸쳐 만든 대입 개편안은 헛수고로 끝났다. 그 책임은 교육혁신의 철학과 비전 없이 땜질처방에 급급해온 교육부가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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