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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72회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선언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은 2022년부터 WHO 회원국에 도입된다. 보건복지부 역시 WHO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에서는 새로운 ICD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게임을 질병예방 차원에서 접근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게임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와 복지부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물론 부처 간 이견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산업논리든 보건논리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청소년 게임중독은 사춘기 시절 치러야 하는 ‘홍역’을 넘어 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단적으로 청소년 게임중독은 대부분 도박으로 발전한다. 게임중독과 관련된 학교폭력을 조사하다보면 그 안에 고리사채 협박, 절도 등 범죄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식 보고자료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소년 도박 문제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학부모 폴리스 회원이 “경위님, 우리 아이들 어떡해요. 게임으로 인한 도박이 얼마나 심각한 줄 몰라요”라며 하소연을 해왔다. 살펴보니 처음에는 사다리 게임 등 소액으로 유인한 후 점차 거액의 빚을 지게 만드는 불법게임 도박이었다.

출처:경향신문DB

최근에는 동네 선후배 사이인 청소년들이 페이스북에 “급전, 문의 주세요”라는 광고를 내고 돈이 필요한 또래 청소년들을 유인한 사건이 있었다. 30만원, 50만원을 대출해주고 7일 후에 원금을 포함해 55만원과 95만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이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피해 다니는 청소년들을 찾아내 공동으로 감금하고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무등록대부업을 하면서 또래 친구들을 상대로 협박하고 상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들의 범죄는 청소년들이 벌인 행동으로 보기엔 성인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그대로 담은 판박이 범죄였다.

게임산업의 발전도 좋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시급한 것은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좀 더 세심한 면까지 관찰하고 고심하는 일이다. 게임산업의 콘텐츠 개발 이전에 건전한 게임문화를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도록 불법게임이 기생할 수 없는 이중 삼중의 여과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도박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이나 가족을 치유할 수 있는 적절한 상담과 치료여건 마련도 중요하다. 그것이 ICD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질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선택이다.

<김미희 | 안산상록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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