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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서 비행기로 이동수단이 발전하고 지구 반대편인 우루과이에서 한국으로 영상통화도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도전이다. 가상체험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지만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그럴수록 ‘차별화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저서 <축적의 길>에서 앞으로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아니라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축적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래일자리 전문가 칼 프레이 옥스퍼드대학 교수도 경험과 학습을 통해 체계화된 암묵지가 필요한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차별화되고 풍부한 경험을 나만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지난해 베트남,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6.8%, 6.7%로 우리나라의 2배가 넘었다. 인도네시아도 5%대를 달성했다. 해외취업은 글로벌 자산을 쌓을 수 있는 도전이며 특히 우리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에는 기회도 풍부하다. 인도네시아 두산찝따에 취업한 백용재씨는 더 큰 시장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싶었기 때문에 해외취업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글로벌 통신회사 취업에 성공한 서세나씨는 영업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인턴 생활 후 국내의 핀테크 기업에 취업, 그리고 경력을 살려 다시 해외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과거에는 국내의 취업시장 여건이나 경제적 상황 때문에 해외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각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정보기술의 발전과 함께 글로벌 노동시장의 개방범위는 계속해서 더욱 확대될 것이다. 기업 역시 글로벌 경험과 직관을 가지고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외취업은 열정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자신의 목표와 역량을 연계하여 성공할 수 있는 나라와 직업을 찾아야 한다. 공단이 운영 중인 해외진출정보사이트 ‘월드잡플러스(www.worldjob.or.kr)’와 서울과 부산의 해외취업센터를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해외취업 지원프로그램을 통한 취업자 수는 매년 증가해 작년에는 50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개최한 일본 해외취업전략설명회에는 800여명의 구직자가 몰려 일본취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베트남에서 열린 현지 취업박람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일 특별면접관으로 참여하여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 역량개발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5월21일 코엑스에서 열렸던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는 일본기업 113개사 등이 참여해 한국의 청년 인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정부도 해외취업정착지원금 등 102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해외취업자를 대상으로 공단이 실시한 설문결과를 보면 해외취업에 만족하는 이유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가 79.2%, ‘경력개발에 도움이 되었다’는 46.2%로 경험확대 측면에서의 답변이 많았다. 청년들은 해외취업 경험을 통해 금전적인 측면보다는 글로벌 역량을 쌓고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어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단은 올해 3월에 이들의 경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력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해외취업 경력을 국가의 자산으로 운영함으로써 해외취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글로벌 인재육성의 모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해외취업은 일자리 영토를 넓히는 동시에 청년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과 세계무대에서 리더로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글로벌 한국 청년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국가경쟁력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동만 |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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