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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한 국가에서 소 농장에 부과하는 ‘방귀세’와 국내 광역 쓰레기 매립장이 유엔으로부터 획득한 ‘탄소배출권’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메탄가스’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지구온난화라고 하면 이산화탄소를 주범으로 알지만,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1배 온실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경기·인천 2600만 시민이 버리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광역 매립장으로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한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메탄가스가 주성분인 매립가스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을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일명 매립가스 자원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다. 약 790만㎡에 달하는 수도권매립지 제1, 제2 매립장에서 나오는 매립가스를 공기 중으로 흘려보내는 대신 이를 포집해 자체 건설한 50㎿ 매립가스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메탄을 줄여나갔다. 당시 국내에서는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고, 교토의정서상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에도 속하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설던 때였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CDM 사업을 통해 유엔기후변화협약으로부터 모두 882만CO2톤의 탄소배출권을 발급받았다. 이는 30년 산 소나무 약 13억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막대한 효과다.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의 절반을 판매해 현재까지 463억원을 벌었고, 해당 수익은 지구를 구할 신사업 발굴에 전액 재투자되고 있다. 현재 남은 배출권은 약 400만CO2톤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800억원가량 된다.

처리가 까다로운 음식물폐수와 하수슬러지에서 생산한 고품질 바이오가스를 발전소·차량의 연료, 식물을 키우는 온실의 열원으로 활용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 같은 LNG 대체를 통해 연간 이산화탄소 약 5만3000CO2톤을 줄이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수도권매립지는 OECD 보고서에서 폐기물 처리의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개별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어젠다로 부상한 지 오래다. 더욱이 국제환경질서 논의에 발언권을 갖는 것은 국가 브랜드 수준을 결정짓는 바로미터로도 작동한다. 이와 관련해 숙제도 안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선진국은 2020년부터 개도국의 기후변화 관련 사업에 일정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우겠다고 국제사회에 제시한 터라 전 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SL공사는 10년 전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의 폐기물 분야 CDM 사업에 나섰던 경험을 살려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권이라는 한정된 영역을 벗어나 녹색기후기금(GCF)·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자개발은행과 해외 사업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로 개도국의 폐기물관리 시스템 선진화, 매립가스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이 주축을 이룬다. 이미 모잠비크·스리랑카에서 성공한 경험도 갖고 있다. 내년에는 진척이 있는 GCF 몽골, WB 캄보디아 사업을 포함해 네팔·바레인·인도네시아·러시아 등지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추진한 온실가스 저감 사업은 ‘버림’에서 ‘쓰임’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로부터 얻은 결실이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구하는 일은 기존의 습관과 생각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나와 우리, 기업과 정부 모두 지구 온도를 낮추는 일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빙하조각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의 생존을 위해, 우리의 삶을 위해.

<박용신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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