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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사태의 근원을 대통령제의 제왕적 권력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와 지방분권형 개헌론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는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헌법이 지방자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하자면 권한이 지방정부에 있어야 하는데, 헌법이 사사건건 지방정부의 권한 행사를 막고 있다. 그래서 자치 관련 제반 세력들은 ‘지방분권개헌’ 기치 아래 단결하여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주민자치권, 자치경찰권 등을 부여하도록 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자치 관련 세력의 지방분권형 개헌 참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자치가 왜 중요한지, 중요하다면 교육자치를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그 필요한 일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아직 형성하지 못했다. 교육자치란 당연히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교육자치를 튼튼하게 할 분권적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교육자치는 미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분권이 왜 중요한가, 교육자치를 보장할 개헌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앞으로 교육자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 떠오른다. 왜 교육분권이 중요할까? 다양성 때문이다. 교육이란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하는 길은 매우 다양하고, 그 다양성은 인간이 터전을 두고 있는 지역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지역의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통해 인간의 성장을 돕기 힘들다. 지금은 지방정부에 충분한 교육권한이 없다. 결국 교육개혁의 선결조건은 지방분권이다. 비용측면에서도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중앙집권 체제에서는 재정이나 인력 등 비용 측면에서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방분권이 되면 부여된 권한 행사에 익숙해진 지역공동체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교육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음은 교육자치를 보장할 개헌 이야기다. 스위스는 중앙정부에 교육부가 없다. 스위스 헌법에 학교교육은 지방정부의 권한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정책과 관련해 법률을 제정할 때는 반드시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명시했다.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이유는 완전한 지방분권 체제에서는 모든 사무의 처리 권한이 기본적으로 지방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중에서도 기초정부에 그 권한이 있다. 기초단위에서 어떤 업무의 처리가 불가능할 때 위 단계의 정부에 경비를 주고 그 처리를 맡기는 원리가 지방분권체제에 적용된다. 따라서 교과과정, 교원정책, 재정 등 모든 학교 업무가 지방정부의 소관인 것이다. 우리도 교육분권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면 지방정부의 교육사무에 대한 정책 결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헌법이 새롭게 허용한 교육자치 법률을 제·개정하고 폐지하는 데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정책의 집행에서도 주민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 등의 제도를 통한 주민통제는 필수적이다.

교육자치 실천을 위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의 답으로는 교육협치제도를 제시하고자 한다. 주민자치회연합, 교육전문가, 지방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교육행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물론 교육자치 활동에 교육분권이 선결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지도록 그 내용을 마련하고 관철을 위해 매진하는 일은 훨씬 중요한 일이다. 지금의 개헌 정국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대선 전 개헌, 이원집정부제 개헌 등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주장이 난무한다. 개헌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추진해서야 쓰겠는가. 개헌은 냉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분권형 헌법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자연스럽게 대폭 축소된다. 오로지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할 뿐이다.

이민원 | 광주대 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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