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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구학교 신청을 한 학교가 전국 중·고교 중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마감 시한을 닷새 연장하면서까지 연구학교 신청을 독려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이다. 이로써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종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5429개 중·고교 중 경북 영주의 경북항공고, 경북 경산의 문명고 등 경북 지역의 2개 사립고교만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북항공고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북 구미의 오상고는 연구학교 신청을 했다가 교사와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교육부는 국립고 교장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며 독려했지만 연구학교를 신청한 국립고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률은 0.04%에 그쳤다. 2014년 0%대의 채택률로 학교 현장에서 퇴출당한 교학사 교과서의 재판이 된 셈이다.

지난해 11월27일 ‘국정화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집회에서 한 청소년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전국 중·고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외면당한 이유는 명백하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데다 역사적인 사실 오류만 수백건에 달하는 함량 미달의 ‘박근혜표 국정교과서’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연구학교 신청이 저조하자 “학교의 자율 선택을 방해하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을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협박성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다. 건강에 해로운 불량식품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에게 왜 사지 않느냐고 어깃장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꼼수를 쓰려 하고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에는 수업 보조교재 형태로 배포하겠다는 것이다. 안될 일이다. 보조교재 사용 방침은 국정교과서를 배포할 경우 주 교재로 의무사용토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자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신청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0.1%도 안되는 채택률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요구가 담겨 있다. 교육부는 국가예산 44억원을 쏟아붓고도 학교가 거부한 최악의 불량교과서를 제작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그게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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