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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교육에 몇 년 전, ‘배움의 공동체’라는 새로운 교육철학이 등장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배공’이라는 줄임말로 잘 알려진 이 교육방법론은, 주입식 교육에 몰입했던 학교 현장이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더 이상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 SNS의 급속한 발달과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속에서 학생들은 형해화된 교과서와 5지선다형 수능 문제에 함몰되기를 거부한다. 복잡한 이론을 이야기할 것도 없다. 학교에서 직감하는 변화들이다.

‘배공’ 이론이 시사하는 것처럼, 단지 교사가 교과목 잘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인 시대는 지났다. 학부모 역시 더 이상 방관자적 관찰자일 수 없다. 학생, 학부모, 교사는 이미 학교 구성원의 당당한 3주체가 아닌가. 그리고 이 3주체가 물리적 공간으로 어우러진 곳이 바로 지역사회, 더 쉽게 이야기하면 하나의 작은 ‘마을’이다.

1년 전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는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상징된다. 부정부패, 비리 등 적폐청산에 대한 소망, 차별과 불평등의 해소, 그리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시민 참여의 확대가 그 목소리에 녹아 있었다. 그러한 염원이 1700만명의 조용한 혁명을 가능케 했다.

교육계는 그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안고 있는가. 그동안 우리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의 바람을 학교 교육에 제대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있었는가. 입시경쟁교육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체념하는 동안,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 졸업 후 비정규직으로, 알바 노동자로 살아가는 고충을 우리는 제대로 공감해 왔는지, 또 그들의 삶의 고향이자 터전인 마을에서 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그 고민을 제대로 나눈 적이 있었는지 먼저 성찰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마공)는 한 학교에 네트워킹된 지역사회의 수많은 집단지성 구현의 장이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삶의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는 생활의 달인이요, 저명한 인사요, 지역의 어르신이다. 또 여러 마을활동가들의 노하우는 단위 학교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민간의 노력과 교육청 등 관계기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교과 지식을 아무리 달변으로 포장해 아이들에게 주입한다 해도 그렇게 구성된 배움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배공’의 핵심 교육철학은 ‘잘 가르침’이 아닌 ‘잘 배움’이다. ‘마공’ 역시 단위 학교 교육과정의 하향식 전달이 아닌 상향식 협력이 필요하다. 아니 상하의 위계 의식 자체로부터 탈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 주민 등이 서로의 관계맺음 속에서 교육 공동체가 그 자체로 완성되는 진정한 삶과 배움의 공간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진정한 배움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벌사회라는 교육불평등을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을 마련할 수 있다. 교사들은 교실과 학교, 나아가 대한민국 교사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하면서 실천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올해는 다양한 교육정책의 입안을 앞두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작년에 1년 유예되었던 수능 개편안 발표 등 전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도 있다. 촛불시민혁명이 그러했듯이, 우리가 꿈꾸는 교육개혁이 무궁무진한 상상 속에서 술술 풀리는 실천과 더불어 무술년 새해를 교육혁명의 원년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도성훈 인천 동암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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