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늘날 한국에서 교육은 개인 입장에서 보면 자아실현의 과정이며, 공동체를 기준으로 보면 탁월한 인재 육성을 위한 훈련의 장이다. 이를 위해 기대소득이 높은 직장이나 사회적으로 선망되는 직업을 얻기 위한 경쟁이 인정되고, 사회는 최선의 인재를 얻음으로써 공익이 실현된다. 이런 낙관적인 가설은 현실에서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우선 경쟁의 제반 요건인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교육 환경 등 여러 격차로 인해 출발부터 도착까지 많은 학생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뛰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와 학생 등 공동체 구성원은 수많은 불평등을 체험한다. 크게 보면 사회 역시 목적 달성에 실패한다. 교육으로 공동체 운영을 위한 이상적 덕목을 갖춘 인재를 얻어야 함에도 환경 차이로 인해 귀중한 인적 자원이 일부 사장된 데 반해 도덕적 훈련이 부족한 자원 일부가 손쉽게 승리를 얻는다. 그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불만과 갈등이 가중되는 보다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제도, 특히 대학입시제도는 개인과 사회의 이질적 목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국민들 다수는 대입 전형에 대한 불만 수준이 높다. 수시 전형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등 불공정하다는 것이 입시제도를 경험한 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는 도덕적, 지적 훈련이 체계화된 인재를 얻기 어렵다. 물론 사회 역시 이상적 시스템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신 성적을 근간으로 구성되는 현행 수시 전형이 문제가 있어도 객관식 문제를 고집하기는 어렵다. 사회는 미래를 짊어질 인재가 필요한 만큼 교육 투자 이후 나타나는 다수의 바람직한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 학교 수업 정상화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교육과정 운영은 양보하기 어렵다. 문제는 철저히 파편화된 입시생이나 학부모들이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제도는 발표하면서도 제도가 함의하는 교육적 당위성이나 교육 철학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고민하는 존재도 지극히 적다. 도덕적 기반이 약한 데다 수용자들에 대한 감성적 배려도 부족한 상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듯 즉각 반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에 제도가 신뢰를 상실하는 악순환만 반복되었다. 물론 공동체 교육의 이상을 수용한다고 해도 경쟁에 매몰된 개인이 장기적인 안목을 지니기도 어렵다.

교육제도는 경쟁 주체의 핵심 불만을 제거하면서 장기적인 교육 목표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확산하는 두 가지 과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공정성을 호소하는 개인의 불만부터 읽어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도덕적 불신을 방치한 상태에서 어떤 시스템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이와 병행해 미래 인재 육성의 이상적 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 과정 역시 물적 시스템으로 마련해 구성원의 평가를 받도록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탁월성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지속적인 훈육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교육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성취욕구와 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는 교육제도는 개인과 사회 양자 간 지속적인 검증을 통해 단련되어야 한다. 개인과 사회가 서로 등을 돌린, 우애(philia)가 사라진 현 상황에서 제도라는 저울은 최선의 정밀성을 기초로 구성된다.

<정주현 | 논술강사>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