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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8일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협의회장이 공동의장을 맡는 교육자치정책협의회가 출범했다. 단계적으로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한다고 한다. 환영할 일이다. 국정교과서 같은 시대착오적 적폐 양산을 가능케 했던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역으로, 학교로, 더 나아가 교실로 분산시킬 첫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과 학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교육활동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일선 교사들의 사명감과 책무성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기원이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교육계의 관료주의 풍토는 매우 뿌리가 깊고, 이러한 관료주의 적폐를 교육부는 물론 시·도교육청들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현실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단적으로 올 초 미래형 혁신교육에 가장 앞서나간다는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일부 교육관료들이 학문적 근거도 없는 논술과 서술을 구분하여 평가하라는 학업성적관리지침을 내려보내, 예컨대 노래 가사 창작이 서술인가 논술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등 일선 학교의 교육력을 낭비하게 했다. 다행히 이는 현장의 문제 제기와 현장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하는 교육청의 혁신의지를 바탕으로 해결되었다. 그러나 2학기에 접어들어 또다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실시되는 컨설팅 문제가 불거지며 일선 학교 현장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방학 때 충분히 연구하여 작성하게 해야 할 평가계획을 방학 전에 형식적으로라도 미리 제출하라는 곳이 있었는가 하면, 학생의 흥미와 성장을 염두에 두고 재구성한 토론이나 프로젝트 등의 수업안과 성취기준이 기존의 틀에 맞지 않는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사례들까지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 기실 분절적이지 않은 학생들의 삶에 부합하는, 그리고 융합과 연결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형 교육을 펼치려면 관이 요구하는 기존의 틀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물론 관 역시 변화를 추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혁신교육의 메카라고 하는 경기도에서조차 그 속도가 매우 더디거나 불완전한 듯 보인다.
사실 일선 학교의 입장에서 보면, 민원 예방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면피용 문서 양산, 학교의 요구가 아니라 자리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각 부서의 교육관료들이 무질서하게 내리는 전시성 사업들, 그리고 권위주의와 행정편의주의 같은 관료주의 적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가리지 않는다.
말은 학교를 ‘지원’한다는 식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많은 교육관료들은 현장 교사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기보다는 교사를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관성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우수한 인재들을 교사로 충원해 놓고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교육관료들이 부과하는 과잉 행정에 짓눌려 정작 본연의 업무인 학생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새로운 창의적 시도들 역시 포기하게 되는 일이 다수이다. 사실 우리네 학교가 거센 변화 압력에도 불구하고 낡은 주입식 진도빼기 교육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입시 외에도 이러한 관료주의의 벽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부, 더 나아가 시·도교육청의 지나치게 방대한 조직과 풍토를 미래형 교육을 담을 수 있도록 개편하는 관료주의 적폐청산은 우리 교육 업그레이드의 필수조건으로 예산 한 푼 들지 않는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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